자녀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인천 학부모캠프에서 나눈 이야기들

안식휴가를 코앞에 둔 여름의 끝, 인천 연수종합사회복지관이 주최한 학부모캠프에 초청을 받아 한낱과 둘이서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의 방학캠프에 함께 오신 학부모들을 위한 마련된 교육이었는데요. 어머니들의 연령대도 다양한데다가 손자를 홀로 키우시는 할머니 두 분,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을 데리고 온 20살의 오빠까지 섞여 있었습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분들도 아니었고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데다가 교육장에 들어서는 표정들이 굳어 있어 교육 분위기가 시종일관 가라앉아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람 복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가족오락관’ 풍으로 즉석에서 준비한 놀이 프로그램이 먹혔던 걸까요. 아무튼 몸짓으로 설명하고 정답을 알아맞히는 ‘몸으로 말해요!’ 프로그램을 하면서 사람들이 깔깔, 호호 웃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훌륭한 출발이다 안심하고 준비해간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어요.
첫 번째 교육은 ‘어린이․청소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단지 내가 돌보는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자는 차원을 넘어, 자녀의 인권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환경과 가치들을 살펴보면서 어떤 입장을 갖는 게 좋을지를 나눠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정상가족’에 대한 판에 박힌 생각으로 문제의 원인을 ‘결손가정’에서만 찾고자 하는 교사, 시혜의 시선으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아이를 바라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는 규범을 들이대는 교사, 학교도 집도 모두 짜증난다는 중학생 사례를 직접 만나보면서, 그이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함께 찾아보았습니다. 참여자들 가운데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실제 자녀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이 계셔서 더 이야기가 실감나게 오고갔던 것 같아요. 갓 청소년기를 지나온 20살 청년이 청소년 또래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순간 순간 털어놔주면서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특정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복지를 시혜로 바라볼 때 그것이 얼마나 큰 독이 될 수 있는지, 어린이․청소년들이 학교와 가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 그 문제의 원인을 ‘삐뚤어진 아이들’에게서만 찾는 것이 외려 문제를 더 곪아터지게 만들 수 있음을 살펴보고 싶었는데, 그 마음이 얼마나 나누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201109_20_개굴1

201109_20_개굴2
두 번째 시간은 ‘서로를 존중하는 의사소통’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어요. 관제탑이 되어 ‘눈을 감은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게끔 안내하는 놀이로 시작해서 소통의 조건에 대한 느낌을 짤막하게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자녀들을 바라볼 때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자주 충돌하게 되는 문제들을 함께 뽑아봤는데요. 그 가운데서 ‘형제자매나 이웃집 아이와 비교하면서 충돌하게 되는 경우’, ‘컴퓨터 게임에만 매달려 있으면서 할 일을 계속 미루는 경우’, ‘귀가 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친구와 놀다가 늦게 들어오는 경우’ 3가지를 뽑아 대안적인 소통 방법을 찾아 상황극 형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대부분 참여자들이 직접 겪고 있는 고민 사례들 중에 가장 나누고픈 사례를 뽑아서 그런지, 상황극을 만드는 시간이 더 열띠게 진행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부드럽게 타이르면 부모의 말을 듣게 된다거나, 비교를 하게 되었던 속마음을 아이에게 말하면서 부모의 욕구를 계속 강요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상황극이 만들어졌더군요. 안 되겠다 싶어 ‘얼음’을 외치고, 아이의 입장에서는 어떤 마음이 일렁이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어요. 그렇게 짚어나가는 순간, 결국은 부모의 일방적 욕구를 아이에게 강요하면서 대부분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부드럽게 대화하는 법’을 익힌다고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를 이루는 게 핵심이라는 게 드러나는 순간이었지요.

201109_20_개굴3

 

전은주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유쾌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던 한 할머니는 손자를 키우면서 나름 갖고 계신 노하우(?)를 나눠주시기도 했어요. 아이가 공부를 힘들어하거나 헷갈려할 때 할머니가 기꺼이 ‘배우는 사람’의 위치를 잡으신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한테 푸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면, 아이가 혼자 낑낑 대느라 지겨워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설명해주는 사이 헷갈렸던 부분을 스스로 정리하게 되기도 한다고 하시면서요. 이 할머니의 시도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를 늘 부족한 그릇으로, 채워야 하는 그릇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아이를 ‘문제를 해결할 힘을 가진 이’로 대접한다는 데 있었어요. 아주 부분적인 사례일 뿐이었지만, 이런 태도로 아이를 대한다면 학부모들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주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안식휴가를 앞둔 마지막 교육이 ‘좌절’로 끝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교육이 막 끝났을 때도, 그 순간을 돌이켜보는 지금도, ‘그분들 잘 계실까? 또 만나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준비한 저에게도 기쁜 시간이었나 봅니다. 대부분 자녀 양육과 교육에서 고민을 많이 갖고 계신 분들이 참여한 캠프였는데, 그 많은 고민에 대한 구체적 해답을 찾아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자녀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한 작은 실마리는 얻어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인권이란 말에 조금은 더 친숙해지고 사람을 만나는 기쁨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 개굴(상임활동가)

텔레그램 채널구독

인권교육센터 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들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