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가지 키워드의 깊은 속내
빈곤청소년팀의 ‘지역아동센터/공부방 교사들과 함께하는 청소년 인권 워크숍’

<들>에서 교육개발팀으로 ‘빈곤청소년 팀’(빈청팀)을 꾸려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온 지 벌써 2년이 가까운가 봐요.
‘청소년’ 앞에 ‘빈곤’을 붙여 부르는 게 말이 되는지, 팀 이름을 짓는 데서부터 조금은 말끔치 못한 느낌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때때로 갈 길 모르겠고 어렵게 느껴져, 우리는 한동안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풀어내 놓고, 그 속에서 갈피를 잡기 어려워했던 것도 같고요. 그러다, 이대로 뭣도 안 되겠다 싶어 “목표를 정해 보자.” 했어요. 가난한 가정의 청소년들과 만나며 주로 고민되는 인권 주제들을 정해 이야기해 보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워크숍’을 열어 보기로 작정했지요. (내 기억이 맞나?;)

그 동안 이야기 나눈 것들을 바탕으로 해 올 여름내 주제별로 글을 쓰고 나서, 추석 지나고 9월 20일부터 일 주일에 한 번씩 5주에 걸쳐 ‘지역아동센터/공부방 교사들과 함께하는 청소년 인권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워크숍을 준비한 빈청팀 회원들은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또는 만나 온 교사들과, 그 곁에서 청소년들과 교사들을 만나고 지원해 온 활동가들이에요. 청소년들과 일상을 함께하며 같이 지내 온 교사들도, 오랫동안 청소년 인권을 고민하며 아이들을 만나 온 활동가들도, 앞서 말했듯 풀지 못한 고민이 많고 우리 토론 내용의 부족함을 잘 알았기에, 이번 워크숍은 우리 팀의 결과물을 나누는 교육의 자리가 아니라 아쉬운 내용을 더 실하게 채우기 위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답니다.

날마다 한 가지씩 다섯 가지 주제를 다뤘어요. 자존감 <자존감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학생인권 <병 주고 약 안 주는 학교를 위한 처방전>, 돈 <돈 때문이야~ 돈 때문이야~, 빈곤은 돈 때문이야?>, 성/연애/섹스 <듣기만 해도 민망한 ‘성/연애/섹스’를 말하다>, 폭력 <익숙한 폭력과의 이별 연습> 등-.
참여자들이 경험한 여러 가지 사례들과 생각들을 충분히 듣고 싶어, 길지 않은 워크숍 시간을 모둠 토론과 종합 토론의 시간으로 주로 가졌는데, 기대만큼 많은 이들이 활발히 토론에 참여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지역아동센터 교사들과,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 있는 활동가들이 비슷한 비율로 함께했는데, 서로에게 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나 봅니다. 준비한 이들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도 때때로 참여자들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마다 가치관이나 생각의 길들이 얼마만큼 다르다고 느껴졌는데, 그래서 서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하게 되는 것도 같았지만, 또 그래서 서로 많이 동의하거나 쉽게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양은 아니었지만, 자기 자리에서 진지하게 내어 놓는 서로 다른 경험과 고민과 생각들을 들으며, 다른 생각들을 엿보고,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존감’에 대해서는, 이것을 개인적이고 심리정서적인 것으로 주로 얘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했어요. 사회문화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아주 큰데도 말이죠.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과 일상의 관계 속에서 자기 언어, 자기 해석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지요. 첫날이라 여는 활동 뒤 시간이 넉넉지는 못해, 참여자들이 이야기를 많이 풀지는 못한 것 같아요.
‘학생인권’ 주제를 다루면서는 학교에서 없애고 싶은 것들을 찾아 봤는데, 가장 큰 것이 체벌이고, 그 다음으로는 상벌점제와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들이더군요. 이것들은 모욕감을 주고, 폭력을 정당화하며, 치사한 통제와 규제의 수단이 되고, 관계를 어그러뜨리며,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이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센터들에는 이와 같은 것들이 없는지 생각해 봤어요. 학생인권의 내용들을 다루며 별 이견이 없는 것 같았지만, 특히 ‘공부’에 대한 생각들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센터에서 학교 공부를 뒷받침하는 역할이 중요한 것인지, 삶에 대한 공부라는 더 넓은 차원을 지향할 것인지에 대해서요. 그런 면에서 다른 문제들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다를 수 있는 것 같았고요. 또 지역아동센터가 학교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교와 협약을 맺어 소통한다.’는 사례나 ‘견고한 학교 조직에 대해 센터들이 연대해 대응할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 의견과 함께, 여전히 많은 물음표들이 남겨졌답니다.
‘돈’과 관련해서는 보상과 물품지원, 돈에 대한 대안적인 경험들에 대해 모둠 토론을 했어요. 아이들이 어떤 행위를 하도록 동기를 일으키기 위해 물질보상을 할 때가 많은데, 결국 수직적 관계에서 자발적 동기 없이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니, 시간이 걸리겠지만 바꿔나가야 할 것으로 보았지요. 그리고 복지에 대한 논의가 길어졌는데, 복지를 권리로 누리는 것과, 아이들이 자신을 복지 내지는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느끼게 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움, 지나치게 ‘혜택’을 추구하는 경우들에 대한 문제의식 들이 간단치 않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돈의 문제는 그것에서 한 발 벗어나 다른 가치, 대안적인 삶을 경험하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해결책이지 않을까 얘기했답니다. 대안적인 생활 문화라는 것이 우리에게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기 때문에, 센터마다 적극 찾아 가고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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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연애/섹스’의 주제를 다루면서는 분위기가 한층 열띠었던 것 같아요. 사례를 나누며 한참 이야기 나누다가 어느 순간 이야기들이 서로 부대끼고 튀어 오르기도 했답니다. 아마도 다른 주제들에 비해, 우리 안에 ‘성에 대한 생각의 틀이 많다.’는 걸 보여 준 것 같기도 해요. ‘교사가 정답을 가지고 청소년들을 만나려 할 때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얘기도 그런 것이겠지요. 청소년들의 성에 대해 생각하기에 앞서, 먼저 ‘내가 성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관계 맺기를 해 나가는지’가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얘기들을 했어요.
‘폭력’에 관해서는 특히나 시원스레 정리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았어요. 토론거리로 던진 질문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 폭력적 상황에서 교사가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 좋은지, 처벌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것과 성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들이었는데, 역시나 직접적인 답이나 해결책 같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센터나 교사마다 취하게 되는 방법들을 나누면서, 그럴 때 우려되는 또 다른 측면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어요. ‘폭력이 일어났을 때 빨리 해결하려 하는 것보다 그 상황을 제대로 느끼고, 자기를 성찰하고, 마침내 관계를 회복해 나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평소에 폭력에 대해 거리두기하고 돌아볼 수 있는 경험을 해 보고, 부당한 상황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면 폭력 상황에서 무력하거나 폭력을 쓰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처럼, 뾰족해 보이지 않는 얘기들 속에서 오히려 방법들을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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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눌수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 정답이나 결론이 없는 것 같기 때문에, 그런 만큼 매순간 우리가 안고 가야 하는 질문들 아닐까 해요. 그리고 결국,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우뚱 갸우뚱 살아가는 시간 말이지요. 저마다 자기 대안을 만들어 가는 시간…. 이번 워크숍은 그 길을 걷는 한 과정이지 않았을까 해요. …

다섯 번의 워크숍을 마치며 몇 분들이 느낌을 나눠 주셨어요. 일상 속의 주제들을 끄집어 내 같이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시네요.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할 기회가 되었고, 나를 점검해 볼 수 있었고, 틀을 깨고 볼 수 있었고, …. 고맙게도, 좋았다는 얘기들을 주로 해 주셨는데, 음, 저도… 그렇습니다.ㅋ 아이들과 함께 지내오면서, 언제부턴가 그다지 고민하지도, 갈등하지도 않으며, 내 나름으로 정리해 버린 익숙한 생각들에 기대어 살아왔거든요, 부끄럽지만. 빈청팀에 참여하면서 그런 모습에 대해 돌아볼 힘을 조금씩 얻은 것 같고, 이번 워크숍이 굳어진 마음과 생각, 무뎌진 감수성을 똑똑 두드려 준 것 같습니다. 제대로 살아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저와, 또 저와 같은 이들이 다시 살아있는 감성과 생각으로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들을 만나가는 데, 이런 자리가 얼마만큼 자극과 힘이 되겠지요.
사실 준비한 사람들은 ‘우리가 많이 부족했구나.’ 느꼈는데,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꽤 보람 있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ㅎ;

 
– 미나리 (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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