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가 끝인 건 아니지!
<학생인권 심화워크샵> 후기

지난 11월5일-6일, 이틀에 걸쳐 <학생인권심화 워크샵>이 열렸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워크샵이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시행, 광주 학생인권조례 제정,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성사, 각 지역 별 학생인권조례 추진… 바야흐로 학생인권조례의 시대를 맞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고민들을 함께 풀어보고 싶은 사람들이 이번 워크샵을 통해 만났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청소년인권운동이 그 동안 요구해온 어떤 것이었다. 학생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요구였다. 그런데 그 학생인권조례가 현실이 되었을 때, 학생인권조례 이후에 수면 위로 떠오른 또 다른 장면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체벌 금지 이후, 새로운 대안이 된 상벌점제, 성찰교실… 학생인권조례를 막아서는 목소리들, 교권추락, 학교폭력… 이번 심화워크샵을 통해 알쏭달쏭한, 우리를 주춤거리게 만드는 고민들을 모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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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학생인권조례 아작아작 씹어 먹기… 소화도 좀 됐나?

 

학생인권조례가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지, 조례 조항을 하나하나 다 읽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학생인권조례의 대략적인 내용은 알아도 그것이 언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본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 날, 첫 번째 시간은 그래서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같이 읽어보면서 “이 조항은 이럴 때도 정말 쓸모 있겠다!”, “이 조항은 좀 알쏭달쏭한데?” 싶은 것을 모둠 별로 구체적 사례들을 뽑아보는 시간으로 가졌다. 조례안은 서울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을 중심으로 보았고, 조례의 각 조항을 총 12가지 정도로 나누어보았다. 인권교육, 학습에 관한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자치.참여의 권리, 표현의 자유, 징계절차에서의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그것이다.
진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쏭달쏭”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 “교사는 아니지만 학교 구성원인 직원에 관한 인권교육은?”, “인권교육을 받고 싶지 않으면 거부해도 되나? 학습에 대한 권리에서 학습을 거부할 권리도 포함되는거야?”, “학생회에 속하지 않는 학생들의 참여권은?”, “체육시간에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것도 개성실현의 자유일까?”, “왕따 등 학내 문제 파악을 위해 무기명으로 학생들에게 조사를 하는 게 표현의 자유에 속하나?” 다양한 주제에서 다양한 ‘알쏭달쏭함’이 나온 것이다.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제정 때부터 방방거리며 돌아다닌 나도 이 시간만큼 조례를 꼼꼼히 뜯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생각지 못한 ‘알쏭달쏭한 고민’들은 그래서 재미있었다. 인권교육의 경우,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부터 각 학교로 인권교육 요청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들어오는데, 학생인권조례 안에 ‘연2회 이상의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인권교육이라는 게, 학교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보니, 학생도 교사도 듣기 싫은데 억지로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말로는 자유롭게 하라고 하지만 교사 등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이 고민이 되는 것이다. 학교는 인권교육을 실적으로 채우기만 하는 부분들이 많아져서, 그냥 대충 했다고 기록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이에 대해서 “학생들에 대한 존중이 커진다면 그 교육에 학생들이 참여하게 하기 위한 홍보 부분이나 교육의 질적 부분이 더 강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야기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참여할 권리’ 부분에서 모둠 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 참여할 권리라는 것이 그리 세세하게 적혀 있지 않아서, 참고 정도 수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지금도 많다. 그래서 얼마만큼의 발언력을 가질 수 있는지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조항을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 운영에 얼마나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가, 하는 것은 역시나 자치회의 활성화나 자발적인 참여 등과 관련된 밀접한 문제인 것 같다. 또한 지금의 학생회는 특정 집단-모범생, 성적 높은 학생들-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랬을 때, 비(非)학생회 학생들의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는데, 학생회 활동을 공개하고 학생회에 참여하는 규칙 방법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조례 안에 들어가지 않은, 또는 들어가지 못하는 내용들에 대해서, 예를 들어, 학생들이 절차를 통해 참여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직접 행동을 할 수 있는 것, 집회 결사의 자유 등등, 지금과는 좀 다른 학교 모습을 상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학생인권조례 이후, 만난 복병들과 마주하기

학생인권조례 이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학생인권조례 이후에 우리가 새롭게 만나게 된 해결하기 힘든 난관들, 그야말로 ‘복병’들이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학생이 무슨 두발자유야?”, “애들은 맞으면서 커야지!” 같은 아주 오래되고 낡은, 학생인권에 혀를 내두르는 말들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은 학생인권이 이런 소릴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우리 사회가 “학생(청소년.아동) 또한 권리를 존중받을 존엄하고 소중한 인간”이라는 이 명제에 좀 더 진심으로 끄덕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생인권조례 이후에 새롭게 떠오른 쟁점들이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질문을 가져다주었고, 그 질문을 뽑아보고 함께 풀어보고자 했다.
이번 심화 워크샵에서는 크게 네 가지의 쟁점들이 나왔다. 상벌점제 / 짝퉁 조례(교육공동체, 교육권리헌장, 학교권리조례) / 학교 폭력 / 엄벌징계. 역시나 모둠 별로 논의를 가져갔는데, 본인이 들어갔던 ‘짝퉁 조례’를 마주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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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고, 오래 전부터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을 계속해왔던 광주에서도 최근 제정되었다.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 바람이 불고 있는데, 몇몇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는 아닌데 학생인권조례인 것처럼 뭔가 비슷하게 만들어놓은 일명 ‘짝퉁 조례(유사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남의 ‘교육공동체조례’, 인천 ‘학교공동체조례’, 대구의 ‘교육(권리)헌장’이 그렇다.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면, 우선 이름에 ‘인권’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지역이 마찬가지긴 하겠지만, 이 짝퉁조례를 추진하는 지역은 학생인권 상황이 그리 좋지 않고, 심지어 대구는 참으로 열악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짝퉁 조례들이 하나둘 등장하는 걸까?

대구 교육권리헌장을 좀 더 뜯어보자. 일단 참 난감하다. 대구교육권리헌장이 유사학생인권조례가 쓰여진 첫 번째 케이스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파급력이 있었던 것만큼, 이것도 파급력이 있어서 몇몇 다근 지역에서 유사한 걸 하겠다는 곳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구 교육권리헌장을 보면, 먼저 ‘공동체’를 강조하는 조항들이 눈에 띈다. ‘인권’보다 ‘공동체’나 ‘평화’ 같은 말이 좀 더 부드럽게 먹히는 지금, 사회적 논쟁이 되는 부분을 일부러 피해가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교육권리헌장의 조항에는 약자인 학생에게 의무가 강조되고 있는 프레임이 존재한다. ‘유사학생인권법률/조례’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그간에 있었던 사회적 논쟁과 합의가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은 문제도 함께 보여준다. ‘교육3주체’라고 표현하면서 학생, 교사, 학부모의 권리와 의무가 반반 존재한다. 권리 하나에 의무 하나…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교육청과 학교에 대한 책임 명시가 없다.

학생인권조례를 이야기할 때,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교사 집단인데, 그 ‘서운함’에서 교육권리헌장 같은 정말 뻘하지만 그래도 인권조례보다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사법률이 등장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서운함’을 들여다보면 교사를 주체로 보지 않는다 류의 얘기도 있지만, 학교 교사들이 아닌, 지역아동센터 교사들 안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권이 혹은 학생인권조례라는 ‘차가운’ 법률이 지금까지의 교사와 학생 간의 끈끈한 관계를 냉각시킨다는 생각을 만나게 된다. 학교에서나 어디에서나 교사들이 ‘공동체’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 서로에게 문제제기하고 하는 날선 관계 말고 공동체, 품는 관계를 원하면, 당파성 두드러지는 학생인권조례가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어진 전체토론에서는 이 교육권리헌장 등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영 가망이 없어 보인다면 이런 짝퉁조례로라도 괜찮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거라도 제정되는 게 긍정적일 수도 있다, 라는 이야기였다. 한편으로는 교사가 가해자인 것을,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시기가 왔다는판단과 함께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일명 ‘짝퉁조례’로는 그런 쟁점을 가려버려서, 그렇기 때문에 학생인권조례로 갈 수 있다면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왔다. 두발자유 체벌금지라도 다른 지역에서 하자, 하면 교육공동체조례라도 내용을 넣어서 가는 것이고, 학생의 권력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하자, 하면 학생인권조례로 하는 게 낫다, 라는 이야기였다.

학생인권조례가 끝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이번 심화워크샵에서도 당연하게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번 후기에는 둘째 날에 진행한 ‘본격 상담 워크숍’ 이야기는 빠져 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곧 등장할 속기록을 참고해주시면 좋겠다. 후기에는 모두 담지 못했지만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새롭고, 재미있는 쟁점들이 튀어나와서, ‘심심화워크샵’을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꼼짝없이 학생인권, 학생인권조례와 평생 같이 갈 것만 같다.
‘인권’이 ‘생활인권지도’라는 협소한 범주로 묶일 때, “인권 보장을 위해 진정으로 교사가 ‘지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것, 지역 마다 다른 조항, 다른 성격의 법률이 제정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으면 안 되겠다, 어떻게 신경 써볼까 하는 이야기, 개인의 의무가 아닌 시스템의 의무, 그리고 더 나아가 학생인권조례가 미처 담지 못한 빈 곳을 채워나가며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깨알 같은, 꼭꼭 담아둘 만한 이야기들이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만든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나서, 1주년이라고 하고, 이것저것 변화도 생기고, 여러 지역에서 꿈틀거리는 것들도 보이고. 사실 이제야 실감이 난다. 과거에는 학생인권 지켜! 학생인권법 만들어! 라는 것들이 우리의 요구이고 바람이었다면, 실제로 ‘학생인권 보장’이 좀 뒤죽박죽이긴 해도 실제 법률로 등장하고 있는 지금,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이 새로운 학교를 어떻게 만나야 할 지에 대한 고민과 과제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느낌이다. 학교의 역할, 교사의 역할, 학생의 역할, 지역사회의 역할… 여러 가지 모습들을 좀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때가 왔다.

– 난다(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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