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끝장 릴레이 워크숍

한겨레 출판사의 제안으로 청소년이 읽을 만한 학생인권 책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을 재밌게 구성하기 위해 청소년 인권에 관심이 있는 활동가들과 함께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추진할 때 가장 논란이 되었던 조항들을 모아서 끝장 토론을 해보기로 결정 했습니다. 그리하여 아래와 같은 주제들이 추려졌고, 10주간의 항해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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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 연속 릴레이 워크숍, 상상만 할 때는 쉬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이번 주 9회차 교육으로 릴레이가 완주할 시점에 다다르니 이 자리를 이어나간 우리가 대견할 따름입니다. 매주 자료를 준비하고, 워크숍 프로그램을 짜고, 실제 워크숍을 진행하는 초인적인 일정들. 진행자도 대단하지만, 참여자들도 대단했습니다. 결국 전출자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적었지만, 불가피한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꿋꿋이 참석해준 여러 활동가들. 책 속에 다 담아낼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학생인권을 옹호할 새로운 시각과 근거들이 풍성하게 등장했습니다. 9회차 동안 진행된 이야기를 모두 전할 수는 없겠고, 스케치 풍경을 보여드린다는 느낌으로 사진과 함께 워크숍에서 나왔던 주목할 만한 쟁점들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생 인권을 옹호할 때 반복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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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주제로, 권리 항목별로 나눠서 워크숍을 진행했지만, 역시나 느끼게 되는 것은 권리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 두발 자유, 복장 자유,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권리 등을 규제하는 논리가 세밀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몇 가지 틀 안에서 반복된다는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교칙이 그러하니 일단 지키고 봐야지!” “문제제기 할 때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직 학생들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권한은 부모에게 위임되어 있다.” “학생인권만 인권이냐, 교권도 생각해야지.”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권리를 주는 것은 위험하다.” “학생들에게 시급한 건 자유가 아니라 보호다.” “교육적 목표를 위해 일정정도 인권을 제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등이 대표적인 근거가 됩니다.

위의 논리들을 깨보기 위해 워크숍에서 주로 사용한 교육 방법은 가해자 소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두발 규제에 반대해 학내 시위를 하는 학생을 막아선 학생부장을 소환해 논리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교복 선정 위원회 상황을 가정해 교사, 학부모, 학생 입장에서 교복을 반대하는 이유와 찬성하는 이유를 끌어내 보기도 했습니다.

휴대전화 사용, 강제 야자 및 보충에 대한 토론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이분화해서 생각할 수 없는 쟁점들도 있었습니다. “요즘 같이 아동/청소년을 향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때에 아이들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서는 안 됩니다.” “강제 야자나 보충이 아이들을 힘겹게 하는 건 맞지만, 부모 모두 직장에 다녀 늦게까지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가정의 경우 학교에서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와 같은 이야기들은 학생인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점들이었습니다. 안전에 대한 욕구는 긍정할 부분이지만, 그것이 학생들에 대한 위치추적이나 부모들의 과보호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인가? 진정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학생인권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학교 밖 지역 사회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만들지 않고 학교 안에만 그들을 붙잡아 두는 것은 교사/학생 모두를 힘들 게 하는 건 아닌가? 등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시공간에서의 인권침해와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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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워크숍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내용은 사회문화 분석을 통해 학생인권을 여러 각도에서 조망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교복은 언제부터 입기 시작한 것일까? 군인이나 경찰이 입는 제복, 점원이 입는 유니폼, 판사나 의사가 입는 가운, 죄수복등과 교복은 어떤 지점에서 유사한 기능을 하는 걸까? 인간의 행동을 물리적, 상징적 폭력으로 교정하려했던 다양한 시도들과 체벌이나 상벌점제는 얼마나 같고 다른가? 청소년과 비청소년이 휴대전화와 게임에 집착하는 정도가 크게 다른가? 준법 서약서, 국기에 대한 맹세, 순결 서약, 조직 탈퇴 각서 등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한다면 학교에서 쓰는 반성문 역시 그러한 것 아닌가?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학생 인권의 침해와 유사한 장면이 다른 시공간에서 반복된다는 것, 학생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어떻게 보편적 인권을 옹호하는 길과 맞닿아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속마음 들여다보기

지켜야할 규칙들을 늘어놓는 것이 도덕이라고 한다면, 인권은 도덕처럼 강제하고 길들이는 방식으로 옹호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인권이 보장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해관계가 다른, 혹은 입장이 다른 존재들은 서로 어떤 이유로 학생인권의 옹호를 망설이는 것일까? 그 마음을 추측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신규 여교사가 매를 들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 차라리 때리라고 말하는 학생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 학생들이 집회나 시위를 저항의 방식으로 택하는 걸 주저하는 이유는 무얼까? 연애가 교칙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은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스스로 연애를 유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을 이야기하면서, 인권 침해 발생의 맥락들을 좀 더 세밀하게 짚을 수 있었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기 힘든 조건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능력주의로 똘똘 뭉친 학교를 뛰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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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토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한 워크숍은 학교 안의 소수성과 차별을 톺아보는 자리였습니다. 학교가 좋아라하는 학생들은 ‘외모, 성적, 집안 배경, 예의’ 등을 갖춘 학생들입니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생들 사이에서도 차별을 받습니다. 누구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누구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누구는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누구는 운동선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 봐야 합니다. 정말 이들이 가진 차이가 문제인 것일까? 수많은 차이들 중에 하필 ‘외모, 성적, 집안 배경, 예의’ 등이 기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 특정 기준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낙인찍고 분류하는 것이 차별의 핵심은 아닐까?

이러한 질문들과 더불어 학교 안은 이 모든 차별의 이유들이 ‘성적’이라는 능력을 중심으로 왜곡되고,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능력은 공정하다는 신화, 능력은 곧 학력이라는 전제, 업적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당위는 어떠한 장치들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며 9회차 워크숍을 마무리 했습니다.

헥헥.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저 자신도 9주에 걸친 워크숍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올려보게 되었네요. 정리하고 보니,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만 쭉 던져 놓은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워크숍 하나하나 상세하게 논의의 결과들을 전해드리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분이 책을 사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실 것 같아서ㅎㅎ 지금 던진 질문들은 일종의 미끼이자 광고입니다. 이 질문들이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실마리를 찾았는지는 올해 말에 나오게 될 학생인권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 한낱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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