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트레이닝? 반차별 감수성으로 풍성하게!

지난 6월 의정부여성회 주최로 열린 ‘젠더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반차별감수성 교육을 요청받아 다녀왔습니다. 의정부여성회에서는 성폭력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지역 여성들을 모아 ‘젠더와 인권’에 관한 고민을 나눠보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셨어요. 전체 5회 교육 가운데 2번의 교육을 저희 들에 요청하신 것이지요.
젠더 트레이닝에 인권교육은 어떤 내용을 나눠야 할까? 조금은 무거운 과제를 안고 묘랑과 개굴, 두 사람이 함께 교육 기획안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젠더가 인권에 말을 걸다

6월 18일 첫 교육은 ‘인권’이라는 개념이 젠더감수성에 빚지고 있는 부분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어요. 들에서 맡은 교육에 앞서 배치돼 있던 2차례의 교육이 ‘젠더의 프리즘으로 세상 보기’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인권을 한번 파헤쳐 보기로 한 것이지요.
[인간]과 [여성]이 어떻게 다르게 구성되는지를 살짝 짚어본 다음, 모둠별로 사례를 비판적으로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행을 맡은 묘랑과 개굴이 번갈아 가며 각 상황별로 등장하는 ‘문제적 인간’ 역할을 맡고, 참여한 여성들이 무엇이 잘못인지를 짚어낼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그렇게 논의가 끝난 다음에는 여성들의 도전으로 인권 개념이 어떻게 확장, 재구성되어 왔는지, 그리고 여전히 현재 인권이론이 반영하지 못한 여성들의 경험이 무엇인지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모둠별로 살펴본 사례들]

○ 친구들끼리 동업한 회사에서 총괄 역할을 자처한 남성이 생기면서 정보와 권한이 그 남성에게 독점된 사례
○ 애를 안 낳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은 며느리가 난민 신청한 사례
○ 남판사 쿼터제를 주장하는 ‘남성인권모임’ 사례
○ 지적장애 청소녀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해온 친족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례

 

6 7



이어서는 우리 사회에서 기준 또는 척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각각 다른 처지에 놓인 여성들이 그 척도로부터 얼마만큼의 거리에 놓여있는지를 몸으로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이 직접 찾은 ‘대한민국 표준’에 비추어 결혼이주여성, 비정규 여성노동자, 쉼터 청소녀, 여성 농민 등 다양한 여성들의 처지가 어떠한지를 하나하나 가 따져본 것이지요. ‘표준을 선점한 척도’에 따라 주류가 되었다가 비주류가 되기도 하고, 하나의 소수성이 다른 소수성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관찰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표준으로 찾은 척도가 너무 많기도 하고 몇몇은 적합하지 않기도 하여 기대만큼 밀도 높은 체험과 논의가 이루어지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소수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8

9
25일 두 번째 시간에는 차별적 시선이 내재돼 있는 일상의 장면들 속에 숨은 차별 이야기를 직접 찾아보는 활동으로 준비운동을 한 다음, 반차별의 원칙에 비추어 차별적 상황을 대안적 상황으로 재구성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은 게이 교사를 몰아내려는 집단서명을 주도하는 학부모를 진정시키기도 하고, 시설생활인의 존엄을 모욕하는 일 배치 방식을 수정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하고, 태국여성이 되어 시어머니와 협상해 아이 돌보미 일을 계속 얻어내기도 하고, 다른 무엇보다도 비혼 청소녀의 입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자 하는 등 현실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새로운 장면들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새로 연출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함께 짚어볼 점들을 정리해보았고요.

[상황지에 담긴 사례]

○ 우리 아이 담임이 게이로 밝혀지자, 학부모들이 담임교체를 요구하며 집단서명을 조직하는 사례
○ 지역 봉사모임에서 장애인복지시설로 봉사활동을 갔더니 원장이 생활실을 구경시켜주고 시설생활인 목욕과 청소를 요청한 사례
○ 정부 지원 보육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아이 돌보미로 태국여성이 파견돼 시어머니가 반대한 사례
○ 고2 재학 중에 아기를 임신한 여학생을 어떻게 징계할지 징계위원회가 열린 사례

 

10

11
참여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교육이 끝난 지금에도 젠더 교육과 인권교육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두 교육은 과연 다른 교육인지 여전히 알쏭달쏭합니다. 젠더교육이 ‘젠더의 프리즘’으로 그치지 않고 ‘소수성의 프리즘’으로 확장될 때, 젠더의 다층성도 더 잘 보일 수 있겠지요. 어렴풋한 그 고민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발걸음을 맞춰보는 만남이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 경내(개굴/ 상임활동가)

텔레그램 채널구독

인권교육센터 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들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