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날다] 우리에게는 충분하지 않은 ‘자유’를 찾아서
인권교육 고개넘기 워크숍 : 자유권

“그건 나의 자유야!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요즘은 자유가 너무 넘쳐서 문제야.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자유만 주장하니깐 나라꼴이 이 모양이지!”

자유가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친다고 말해지는 이 사회에서 우리가 ‘자유권’을 이야기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왜 우리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넘쳐나는 자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진정한 자유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권교육 심화워크숍 두 번째 시간으로, 제목 역시 <자유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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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참여자가 생각하는 자유는 어떤 것인지, 무엇이 자유인지 ‘알쏭달쏭 자유권에 관한 OX퀴즈’ 시간을 가졌다. 끈을 바닥에 길게 붙여 놓고 양쪽을 O, X로 정해 두고 진행자의 질문에 공감하면 O, 반대하면 X를 선택한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참여자는 마음이 기우는 정도에 따라 서면 된다. 진행자는 위치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여기 서 있나요?”

인터넷에서 공인의 사생활을 유포하는 것은 자유다.
– X : 내 사생활이 유포되는 게 싫은 것처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 유포되는 것도 당연히 싫을 것 같아.
– 중간 : ‘공인’이 누구인지, ‘사생활’이 어디까지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잖아.
– O : 게시판 글이 명예훼손 혐의가 된다고 삭제하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공인은 공적 관심과 시야에 놓여있기 마련 아닌가? 역사적으로도 조롱과 풍자는 대개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니깐.

부모가 내 아이의 위치 정보를 아는 것은 자유다.
– X : 통화를 하면 되지 않나? 걱정된다고 해서 아이가 항상 어디 있는지 감시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은데.
– O : 세상이 안전하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가 연락 없이 오지 않으면 혹시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감시의 목적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필요한 때가 아닐까.
– 중간 :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한데 학원을 안 간다거나 하는 감시 목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안 될 것 같아.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는 포스터를 초등학교 교실에 붙여놓는 것은 교사의 자유다.
– X : 교실은 학생과 교사가 같이 사용하는 공간인데 무언의 압력으로 학생의 동의 없이 게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 다른 정치적 이슈라고 해도 마찬가지이구.
– 중간 : 교사만 붙일 수 있다면 문제겠지만 아이들도 붙일 수 있다면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 O : 종교적 신념의 표현이지 강요를 한 것은 아니잖아. 4대강 반대 포스터를 붙이는 것과 유사하지.

어떤 의견이 맞고 틀린지 결론내리기보다 무엇이 공인이고 사생활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자유권과 관련된 각자의 생각, 판단의 기준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구나 감시와 통제를 받기 싫어한다. 하지만 내 아이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된다. 요즘 세상이 험하기도 하고, 치안․안전에 대한 공포는 우리가 자유권을 생각할 때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이다. 인권을 침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라는 단어가 앞에 붙도록 하는 이 불안한 마음을 우리는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또 누구나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인터넷에 늘어나는 호모포비아 발언, 이주노동자 추방까페 등 반인권적 발언도 표현의 자유일까? 일상에서 일어나는 개별 상황들은 우리의 머리를 뒤흔든다. 도대체 무엇이 자유일까? 어떤 것이 자유로운 상태일까? 갈팡지팡~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결코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 내가 그동안 자유권에 대해 단단히 오해를 한 것은 아닐까. 머릿속이 온통 뒤엉켰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하는 것일까?

다행히도 이런 고민의 실타래를 풀어줄 ‘실마리’를 제공하는 강연이 이어졌다. 현재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자유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에 꼼꼼히 따져 볼 수 있는 ‘자유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우리는 자유권을 사회권과 대응하는 의미로 ‘국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권리’라고 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국가, 공동체의 보호망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국가가 해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나를 지키는 것은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이 안전에 대한 공포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는 공익(을 위한 것)으로 합의 되어 자유권에 한계를 둘 수 있다는 논리가 되고 사람들로부터 자유권의 양보를 받아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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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강연에서는 우리가 ‘자유롭다고 느낄 때’라는 것은 결국 ‘자유롭지 못한 사람’을 전제로 하고서야 나올 수 있는 ‘특권의 상태’임이 강조됐다. 자유권을 막연한 ‘모든 이들의 자유’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현재 누가 자유권이 유보되고 있는지’의 문제로 볼 수 있어야, ‘자유권의 현재’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야 다음 질문이 가능해질 것이다. ‘우리가 충분히 자유롭다. 하지만 공익(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그러할 때마다 누구에게 무엇이 유보되고 양보를 강제하고 있나?

장애인, 청소년에게는 ‘미성숙’하니 보호해야 한다는 말로, 이주민에게는 정상시민이 아니니까 유보되어야 한다는 말로, 자유권으로부터 차별적으로 배제되고 있음을 주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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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권 교육에서 제기되는 쟁점을 가지고 좀 더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각 모둠 별로 논쟁이 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유보’를 뚫는 권리의 주장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는 생각이라도 우리들만의 논리를 적어보고 다른 모둠에서 이 생각에 대해 댓글을 달았다. 누구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위키백과’처럼 조각조각 우리 생각들의 공유가 논리를 만들어 내고, 권리의 주장으로 점점 확대되어 나간다.

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이야기해 줄까?

어린이와 여성 등 약자를 위해 공공장소에 CCTV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범죄예방의 본질적 해결보다 CCTV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아.”
┖ “맞아, 맞아. 미디어에서 만드는 신화가 문제야. 결정적 증거를 CCTV로 몰고,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으로 제시하니깐.”
┖ “끄덕 끄덕. 도가니 영화에서도 마지막에 결정적 증거가 CCTV였어.”

“어린이, 노인, 여성을 약자로 위치 짓는 것이 문제지만, 사실 현실적으로 약자이지 않나. 약자가 맞는데,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에 대해서 그들의 힘을 키워주거나 관계를 개선해서 바꾸기보다 감시를 확대하는 방식이 CCTV이지.”
┖ 약자를 약자의 위치에 고정시키는 것이 문제이지.

“청와대에나 설치를 해라.ㅋㅋ”
┖ KBS에서 24시간 생중계?? ㅋㅋ

 

완벽한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는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네이트도 뚫렸고, 은행도 뚫렸고, 완벽할 수 없다. 네티즌들도 뛰어나다. 언제나 뚫을 수 있다. ㅋㅋ”

“혹시라도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치면, 맡길 수 있나?”
┖ 운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믿나. 완벽한 시스템 구축한 그 사람이 가지고 도망치면? 더 큰 문제가 된다. 거대 권력들이 좌지우지하는, 그 사람의 도덕성을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너희를 못 믿겠다.”^^
┖ me, too.

“나의 정보는 내가 관리하고 싶다. 왜 내 정보의 권리 권한을 계속 이양하라고 강요하냐!”

“뭐든지 강제가입이잖아. 완벽한 보안시스템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중요한 거 아냐?”

“도대체 그걸 왜 달라고 하는 건데? 문제는 보안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모으려는 숨은 의도가 무엇이냐는 거지. 확인절차를 위해 또는 편리하다는 이유를 대지만 누구의 편리인가가 중요하지. 그건 우리의 편리가 아닌, 결국 자본만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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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자유롭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충분하지 않아! 그럼 어떻게 자유권을 이야기 할까? 완벽하고 확실한 방법과 기술은 없다. 하지만 ‘나의 경험’과 ‘너의 경험’이 소통할 수 있는 교육, 이번 워크숍의 제안이다. 나의 억압의 기억, 통제의 기억, 민주적인 경험을 끄집어내는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을 인권교육에서 같이 해보면 어떨까? 나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집회 못했는데 지금도 안 된다, 왜 안 될까? 집회 참여해본적은 없지만 길이 막히더라, 그건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일상적 질문들이 넘쳐나는 자리가 필요하다. 충분하다고 믿고,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의 이면을 살피는 꼼꼼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 그동안 우리가 단단히 오해했던 자유권의 감춰진 진실과 관계를 읽는 힘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글쓴이 아요
[인권오름 2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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