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했던 인권교육 도전, 서로에게 의지가 되다.
-2012년 1월(겨울) 교원인권감수성향상과정 직무연수

학생인권조례가 화두가 되면서 학교안에서의 인권교육, 인권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럴 때 ‘인권교육’이라고 하면 강의형이 아닌 참여적 교육, 그림이나 다양한 놀이 등의 방법론을 차용한 교육만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 인권교육이라는 것이 방법론의 문제일까? 어떤 이는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교육과정 속에서 인권의 내용과 가치들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해왔다구!’, ‘인권교육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지만, 관련된 영화나 영상 같은 것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자신만의 인권교육 실천을 소개한다. 이러한 멋진 실천과 도전은 학교라는 공간이 갖는 한계, 인권교육을 어떻게 해야할지, 인권적으로 교육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갈증을 일으킨다. 한편으로 현실은 바꾸지도 못하는데 괜한 이상만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은 별로 인권적이지 않은데 이런 교육을 할 수 있나 하며 살짝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도 한다.

지난 1월 9일(월)~11일(수) 영림중학교에서 진행된 ‘2012년 1월(겨울) 교원인권감수성향상과정 직무연수’는 인권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그와 관련한 고민들을 풀고 서로 힘을 북돋는 자리였다. 인권교육에는 어떤 가치와 내용들이 담겨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 진행해야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인권에 대한 교육, 인권을 통한 교육, 인권을 위한 교육’이라는 인권교육의 원칙에서 다시금 시작해보기로 했다.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어떤 모습의 인권교육이 진행되고 있는지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뒤집어보면서 서로에게 위로와 의지가 되어 주었다.

나의 인권교육 도전기

첫 번째 시간은 참여자들의 인권감수성을 살폿 깨우는 동시에 학생들과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는 ‘다섯가지 은유의 비밀’로 문을 열었다. 2~3인을 하나의 팀으로 구성한 후 각 팀에게 학교 안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쪽지에 적어 주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상화과 왜곡의 시선 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보도록 요청했다.
자신이 그 당사자인것럼 소개를 하면서 사람들은 사회적약자/소수자에게 공감하게 되고, 은유를 통한 과정에서 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인 조건들을 살필 수 있다. 학교 안의 소수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거나 주류에서 소외되어 있는 투명인간, 조연, 외톨이, 자기결정이나 자유의지를 발휘할 수 없는 수인, 포로와 수갑(을 찬 사람) 등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자율의지를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드는 힘과 그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차별을 줄이는 연대의 끈을 엮을 수 있다.

이어서 들의 활동회원인 바람이 학교현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권교육 경험을 공유했다. 권리장전이나 프랑스 혁명 등 인권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소개, 국제인권법에 대한 이해, 국내외의 인권침해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식의 교육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번의 참여형 교육의 시도가 학생들의 무반응으로 이어지면서 영상을 보고 함께 토론하는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이 시간에는 “학교란 무엇인가- 칭찬의 역효과”를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칭찬이 기분좋기도 하지만 사실은 칭찬이 어떻게 통제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상대를 길들이는지 살피면서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권교육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영상자료들을 공유했는데 EBS의 지식채널e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인종차별 문제를 다루는 ‘피부색’, 아동노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축구공 경제학, 파키스탄의 아이 이크발’, 불공정한 부의 분배와 사용에 대한 ‘세상에 100명의 사람들이 있다면’ 등 간략하게 주제와 영상물을 정리, 소개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참고자료를 제공해서 참여자들이 인권교육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나도 한 번’ 도전해 볼 마음을 갖게 하는 것. 교사연수 후기를 보면 ‘애들하고 할 수 있는 그리고 교사들과 할 수 있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맛봤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수렴해서^^

나의 인권교육 좌표는?

그런데 이러한 요청이 수렴가능한 것일까? ‘인권교육 매뉴얼’쯤 되는 것을 만들고 이대로 시연하면 되는 것일까? 인권교육을 할라치면 사람들은 이게 인권침해인지 안닌지 감별사의 역할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권교육은 정답을 내리고 판별하는 것이기 보다는 그 상황을 이해하고 인권의 원칙에 견주어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게 아닐까. 인권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인권을 통해 보살핌을 받았다는 느낌, 내가 소중하다는 느낌, 공감의 경험, 차별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발견하는 힘과 실천의지를 갖추기 그래서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 새로운 눈으로 살필 수 있는 힘을 갖도록 하고픈 것이다. 무릇 교육의 과정이 인권적이어야 하며 그 안에서 인권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그 목표와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이튿날의 ‘학교 인권교육 방법론’에서는 나는 어떤 인권교육을 했고, 어떤 인권적 실천들을 해 왔나, 내가 교육하려고 했던 가치나 방법들은 괜찮았는지 인권교육의 원칙 속 나의 좌표는 어디쯤인지 짚어보았다.

* 인권에 대한 교육
통합학급 학생에 대한 배려 / 지식채널e 보기 / 인권관련 영화보기 / 세계인권선언 항목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기 / 대학 서열 피라미드 나누기 / 유엔이동권리협약 포스터 게시 /‘학교란 무엇인가’ 등 영상 보고 이야기 나누기

* 인권을 통한 교육
호칭의 민주화 / 부당한 7교시를 하지 않음 / 생활지도부가 징계나 벌을 주는 곳이 아님 / 치유적 접근을 통한 지도 / 잠 쿠폰 발행 / 급훈을 만들 때 반인권적인 급훈이 나올 경우 거부권 행사하고 이유 나누기 / 수업 후 쉬는 시간 많이 주기 / 교복혼용기간 길게 주기 / 아이들과의 소통 / 야간자율학습이나 핸드폰 수거 거부 / 엎드려 자도 오케이 / 욕을 정돈해서 쓸 수 있도록 제안 / 학교 내 이분법에 문제제기(학교 안 엘리베이터 사용, 화장지 배치, 교무실 청소는 교사가 스스로 하라는 등 그럴 때의 애매함)

* 인권을 위한 교육
인권이슈 스스로 정해서 찾아보기 / 욕설 가운데 남삭생이 다른학생에게 ‘년’을 붙이는 것에 대해 여성폄하적이고 차별적 언어임을 설명하고 사용을 자제토록 지도함 / 장애우 친구를 대하는 방법 /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 표현 ‘선생님 데모하러 간다’라고 말하기 / 노동착취에 대한 이야기(부모님이 모자라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가 우리를 계속 가난하게 만드는 것임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위로) / 연대, 촛불집회 등 참여 / 인권이슈에 대한 논의

참여자들은 크든 작든 각자의 위치에서 소소하게 인권을 위한 실천을 시도해보고 있었다. 그 속에는 교사로서의 자신과 개인적 나의 삶이 분리되는 데서 오는 갈등과 모순,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인한 힘겨움과 혼란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또한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 좀 더 평등한 관계를 맺기 위한 시도들도 엿보였다. 현실에 작은 균열을 내보려는 시도, 서로의 경험들이 힘의 씨앗이 되어 나의 일상에 작은 도전을 만드는 힘이 되면서 인권은 우리의 삶과 교육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듯하다.

애정남-인권교육의 딜레마

그러나 여전히 딜레마다. 인권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써 ‘손머리’같은 집중신호 안쓰려고 하지만 어떤 순간 감당할 수 없을 때가 찾아오곤 한다. 현장에서 별로 인권적이지 않은데 인권 이야기를 할 수 있나. 일상에서 혹은 인권교육을 하다보니 아이들과의 관계나 동료 교사, 학교와의 관계에서 많은 딜레마에 빠져들게 된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에 누가 답을 내려주면 좋겠다는 바램도 크다. 인권적 교육공간을 만들고픈 우리를 딜레마에 빠트리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학생생활지도, 학생이나 동료교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그리고 ‘학교’라는 틀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까지 서로 얽혀 고민의 연속이다.

① 학생/교사과의 관계
– 제도가 안 바뀐 상태에서 학생인권만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뭘하면 좋을까 물어오면 답하기 애매하다.
– 인권침해 관련 수업을 하는데 인권적이지 않은 어느 교과 선생님이 내 수업의 소재가 될 때가 있다. 나의 인권적 판단과 지도를 위한 행동 사이의 괴리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한다.
– ‘영어 선생님이 나한테 욕했어요’하고 이야기 해 올 때 나는 뭐라고 할 수 있나.
– 교무실에서 아이를 함부로 하는 교사가 있다. 별로 친하지도 않거나 원로교사인 경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힘들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② 생활지도부문(생활약속)
– 문제 발생시 진술서를 쓸 때 당사자가 담임인 나한테는 말하지 않다가 학생부나 무서운 선생님한테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아이를 존중하려는 나의 행동이) 진실을 밝히는데 걸림돌이 되나?
– 문제행동을 한 학생들에게 무릎을 꿇리는 등 비인권적인 벌을 줄 때
– 우유에 초코분말을 타먹는 등 아이들의 좋지 않은 행동을 말려야 하나? 그 아이의 자유의지로 판단해서 인정해야 하나?
– 수업 중에 핸드폰을 사용한 경우 압수해야 하나? 말로 하지 말라고 해야하나?
③ 학교구조
-학교 전체적인 운영의 기본틀이나 구조적인 부분들이 인권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나? 이러한 구조 안에도 가능한 부분들이 있기는 한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조금씩 그 결은 달라도 규정준수, 생활지도 부분에 있어 소위 ‘문제행동’이 있을 때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갈 것인가로 모아지는 듯했다.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의 구성원의 참여와 함께 구성원들 간 이러한 약속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우리들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이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문제행동을 한 사람이라도 이 안에서 회복하고 복귀할 수 있다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과 구성원간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학교라는 구조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학교의 생활지도부를 학년책임제 같은 것으로 전환하여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시도하거나 필요 시 실험보조교사나 장애인 활동보조 교사를 요청하는 등 기존의 구조 안에서 가능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함에 동의했다.

그렇더라도 당장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현장에서 실천해보고 안되면 또 고민하고 다른 방법으로 도전해보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이번의 교사연수는 이러한 고민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힘을 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특정공간이 아닌 일상의 학교현장에서도 지지가 되는 공간을 만들어야 지치지 않고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2012년 겨울 교사연수가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 묘랑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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