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회의 거울이다
군포시 주몽종합사회복지관 초등학교 5․6학년 인권교육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차별적인 표현들은 어른들의 그것과 아주 닮아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 속에서 혹은 무의식 중에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전달되어 형성된 것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기존의 질서를 내면화하기 전에 인권감수성 교육을 좀 더 이른 시기에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그보다 어린 친구들과 ‘인권’을 매개로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고민도 됩니다. 그동안은 보통 성인과의 인권교육이 대부분이다 보니 일정정도의 동질성(?)이 담보되는 만큼 준비하는 예시나 언어의 문제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무엇보다 ‘학생인권’이라는 아주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가 있는 반면 초등학생은 학생은 학생이되 또 다른 조건이었습니다. 인권을 글로 배우기보다는 존중받고 존중하는 경험 속에서 몸으로 익힐 수 있어야 한다는 점, 편견이나 차별에 대한 인식이 견고하지 않고 경험도 적은 시기라 오히려 차별을 말하는 것이 편견을 심어주거나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 참여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 등등

사람을 둘러싼 고정관념

군포시의 주몽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한 초등학교 5, 6년생과 함께 한 다문화인권교육에서는 이러한 고민들을 풀어내보려고 했습니다. 학교와 복지관이 연계하여 진행하는 다문화 동아리에 참여하는 13명의 친구들과 함께 2시간씩 3차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활동회원 마로와 함께 교육을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첫 시간은 무엇보다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 ‘나를 소개하는 다섯가지 키워드’로 문을 열었습니다. 각자 자신을 소개하는 키워드 3가지 그리고 그럴듯한 거짓말 한가지 마지막으로 우리가 함께할 3시간 동안의 기대나 바람을 적어보았습니다. 혈액형이나 나이, 취미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아주 그럴듯한 거짓 키워드를 숨기는 바람에 일종의 정답 맞추기가 되기도 했다가 소개된 키워드에 동의하지 않는 친구들의 항의도 이어져서 아주 활력있게(?)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서 2인이 파트너가 되어 진행한 ‘나는야 사진사’를 통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 보는 것들이 다르며,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개성과 특성들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이유들로 놀림거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당신들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자신을 한국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영광이 사례를 통해 ‘누가 한국사람인가’. 중요한 건 어느 나라 사람이냐가 아니라 언제, 어느 곳에서나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이주민도 신기하거나 특별한 존재가 아닌 우리와 같은 친구라는 것. 고구려 주몽이나 가야 김수로왕과 허황후 등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이주’에 대한 특별함을 자연스러운 일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서양 vs 비서양의 구도를 깨라

이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나요? 우리가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한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다른 나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있다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보고자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4명씩 모둠을 구성하고 인도, 미국으로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온다면 무엇이 필요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도록 요청했습니다.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요소들을 인권의 측면에서 설명을 할 계획이었는데, 참여자들은 서로 미국으로 가겠노라고 하며 다른 나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싫어요. 프랑스나 다른 유럽으로 해주세요.”
“유럽은 깨끗하고 잘 살잖아요.”
“○○은 사람들이 총 들고 다녀서 잘못하면 죽는다는데 정말이에요?”
국가별 경제적 우위와 현대적 발전정도에 따라 선호가 결정되고, 그 나라 사람들과 문화를 평가하는 잣대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자리에는 사람이 아니라 자본이나 문명(?)의 표상으로 채워진 듯했습니다. 좀 더 다양한 나라, 각 사회가 처한 조건과 가치 속에서 변화하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세계가면전시회’에 가서 각 국의 전통가면을 찍고 출력해서 실제 쓸 수 있는 가면과 세계지도와 생일축하곡을 준비했습니다. 참여자들과 함께 터널을 만든 후 참여자 등 한 사람이 음악과 함께 터널을 통과하면서 전통가면을 받으면 해당 국가의 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터기, 탄자니아, 필리핀, 볼리비아, 과테말라, 일본, 티벳 등 전통가면을 받을 때마다 친구들의 희비는 엇갈렸습니다. 아, 엇갈렸다기보다는 많이 실망하며 진행자가 가지고 있는 다른 가면에 눈길을 보냈습니다. 역시 ‘이상하다, 못사는 나라다’가 주요한 이유였고, 어느 나라인지 몰랐다가 세계지도에서 위치를 찾아 스티커를 붙이면서, 아프리카 대륙이나 아메리카 대륙(미국은 없었습니다^^)일 경우 살짝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참여한 친구들에게는 이미 서양(=문명, 안전, 발전, 잘사는 나라), 비서양(=미개, 위험, 못사는 나라)의 구분이 자리 잡은 듯했습니다. 문명과 미개함의 기준이 무엇인지, ‘극동아시아’인 한국은 어디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이야기를 나눌 때 참여자들은 새롭다는 표정이었습니다.

낯선 이와 평등한 관계 맺기

못 사는 나라 사람이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건 우리는 같은 사람으로 동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낯선 이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어 반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노는 것일까요. <옆집에 휠체어를 타는 동갑의 친구가 이사 와서 인사를 건네오는 상황/우리 반에 파키스탄에서 온 기광이(한국이름)가 전학온 상황/놀이터에서 외계인을 마주친 경우> 이상의 세 가지 이야기로 상황극을 만들었습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학교에 같이 가자고 했지만 이튿날 먼저 학교에 등교해 버리고,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못한 기광이를 잠시 놀리는 듯 하더니 한국의 전통음식을 가르쳐줘야 한다며 음식목록을 적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와 꼭 닮아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다만, 자신들이 많이 먹는 피자, 햄버거, 짜장면 등에 이르자 난감해 하더니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자는 것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외계인을 마주치는 설정은 심리학적으로 우리가 낯선 것을 마주할 때의 태도가 드러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말에 우리의 의도와 부합하여 넣었습니다. 영화처럼 외계로부터 지구를 구해내기 위해 외계인을 공격한다, 잡는다는 대응부터 E.T.처럼 친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여러 가지 방법들을 술술 풀었습니다. 상황극을 마치고 참여자들에게 우리 반, 내 주변의 장애인 친구나 다문화가족 2세 친구들에 대해 물었습니다. 살짝 부정적인 단어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뭔가 복잡한 표정들이 스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마무리로 함께 그림책 ‘오렌지 말’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일까 질문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3차에 걸친 다문화교육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색지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한 쪽 날개에는 3회의 만남에 대한 전체적인 소감, 다른 날개에는 교육에서 얻은 것-인상적이었던 것이나 나를 변화시킨 것-을 적어서 날렸습니다.
-인권을 교육한다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이 교육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알게 됐다.
-이제부터 장애인을 보호해주고 장애인이 힘든 일이 있을 경우 난 그 장애인을 지켜줄 것이다.
-다문화가정,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생김새는 다르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는 같다.
-사람은 국적, 피부색, 돈 등으로 차별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시간으로 학원시간이 줄어서 좋았다.

방과 후의 또 다른 교육(?)에 시큰둥해 보이기도 했던 이들이 조금씩 경계를 풀고, 조금씩 동참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용기의 씨앗을 각자의 마음에 잘 품었겠죠? 적어도 학원에 가는 일보다 참여자들에게 비교우위를 점했잖아요. ㅎ

– 묘랑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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