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엔 국경이 없다?!!
가톨릭 학생회 아시아 회의에서 아시아 청소년들을 만나다

교육을 앞두고 미리 담당자 분을 만나 두 달 전 부터 교육을 준비했다. 막상 오랜 시간이 묵혀 준비되었음에도 늘 그렇듯 뭔가 안된 것 같고, 교육 참가자들이 워낙에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보니 그런 느낌은 더욱 커져갔다. 한 반에 거의 30-40명으로 구성되어 세반으로 나뉘고 우리의 요청으로 그나마 되도록 문화적 특성이 비슷한 나라 청소년끼리 반을 나눴음에도 막상 현장에 가니 각 반마다 무려 네 나라 이상의 청소년이 섞여있고 애초 걱정했듯이 참가자들이 영어들을 대략 잘 한다고 했는데 현실은 그것과도 거리가 있었다. 몇 개의 순차, 동시통역을 붙여서 몇 개국의 청소년들과 교육을 치러낼 일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주어진 시간은 3시간… 사실 통역이 붙은 시간들을 빼면 2시간도 채 될까 말까한 시간인데, 막상 현장은 오랜 준비와 달리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 되어 우왕좌왕에 시작 전에 무슨 일정이 생겼다며 무려 30여분이 넘게 지체되었다. 더욱 걱정은 앞서가고…..

놀이의 흥겨움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어보다~~

거의 40분이 넘어서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간 반은 인도 4명, 대만 8명, 베트남 2명, 말레이시아 3명, 한국이 10명이 넘는 정도였다. 한국 학생들은 영어를 좀 한다더니 2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소통이 불가한 상태. 여기에 대만은 따로 대만통역과 영어통역의 2단계를 거쳐야 한다. 어떻게 놀이를 할까? 그래도 한바탕 마음을 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 해보자… 설명을 시작했고, 다행히 우리 반을 맡은 통역하시는 분이 능수능란하게 설명을 해주시어 놀이는 원활하게 돌아갔다. 첫 놀이는 “새 날아, 둥지 날아”. 처음엔 놀이에 젖어드는 시간이 필요해서 마치 늘어진 테이프처럼 천천히 진행되었지만, 나중엔 모두 신나서 교실 안을 날아다녔다. 10여분 흠뻑 땀을 쏟고 마무리 하려했지만, 역시나 혈기 넘치는 청소년들이라 더 하자고 한다. 그래서 “봉황탈출”을 하나 더 했다. 이것은 간단히 끝났다. ‘가위 바위 보’로 봉황이 되어 날아가는 것 이다보니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모두에게 첫 게임보다 더 큰 웃음을 자아냈다. 이유는 서로 알, 닭, 봉황을 표현하는 동작과 소리가 너무도 달라서.. 서로 같은 정체성인지 몰라 혼돈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난 시간이었다. 놀이를 끝낸 후, 각 나라별로 닭을 표현하는 동작과 소리를 재현해봤다. 모두 배꼽잡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동물이 얼마나 다르게 표현되는지.. 그리고 막상 우리의 표현과 달라도 그게 나름 닭을 연상하게 한다는데 모두 신기해했다. 닭에 대한 재현 과정은 서로의 문화와 인지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자리를 열어주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진행자인 나는 오늘 인권은 바로 이와 같이 서로 다르게 보여도 같은 대상을 표현했듯 인권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이지만, 동시에 어떻게 다르게 작동되는지 보자는 취지의 말로 놀이마당을 정리했다.

다 똑같지도, 다 다르지도 않는 차별이야기 속으로

본 프로그램은 차별에 대한 이야기다. 우선 말문을 열기위해 각 나라별로 어떤 차별들을 경험하거나 보았는지 간략히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것이 의도와 달리 너무도 구체적으로 나와, 이후에 준비한 인권의 실루엣을 하기도 전에 많은 차별의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터져 나왔다. 처음에 각 나라에서 경험하거나 목격한 차별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을 때, 대만과 한국 친구들은 별로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에 반해 다양한 인종, 눈에 띄는 빈부격차 등을 경험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인도의 친구들은 너무 많아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른다는 듯, 줄줄이 사탕처럼 쏟아놓았다. 처음에 한국청소년들은 외모, 성적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대만 청소년들은 왕따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인도의 차별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자기 사회에 내재된 다른 차별들에 대해서 꺼내놓기 시작했다. 한국청소년들은 최근 다문화사회라고 하며 늘어가는 다양한 인종 속에서 이주노동자를 차별하는 것, 장애인 차별들을 기억해냈고, 대만의 경우도 이주노동자 차별이 심각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보탰다.
인도의 경우는 무려 성, 다양한 인구 구성으로 인한 차별, 계급, 빈부, 종교,.. 등등 총 7가지도 넘는 차별의 항목을 마치 논문 발표라도 하듯 열거해갔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쑥 흘렀는데, 인도가 차별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사실 나의 국제회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영어를 잘 구사하는가가 이러한 발표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마치 인도의 많은 차별에 대해 듣고 앉아있던 한국학생들은 우리는 좋은 사회, 인도는 문제적인 사회라는 인상을 얼굴 가득 담으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만 처음에 자신들이 외모, 성적만 이야기했던 것 보다는 우리도 약간 비슷한 것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떠올려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비교의 자세로 그래도 우리 여성이 인도여성보다 낫다거나, 우리는 적어도 계급제도는 없다는 안도의 말들이 툭툭 튀어나왔다.
그래서 자칫 국제회의 형식이 각 나라의 상황에 대해서만 나누고 이런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코 한나라의 문화와 정치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간과되고, 단순 경험나누기가 될 때 그것을 인권의 보편적 문제로 보기보다 어느 나라의 특정한 문제로 여기게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자기 나라와 단순비교가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넘어가야 할까…. 그것도 고민인데..,산 넘어 산이다. 영어중심의 통역만 되다보니 한국학생들, 특히 중학생 참가가 무려 6명가량은 거의 내용에서 소외되고 있었다. 사전에 준비 팀이 통역이 다 이루어진다고 해서 진행하는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가 인도 친구의 말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두리번거리는 한국친구들을 보며 아차 싶었다. 그래서 긴급히 인도 친구의 말을 잠시 중단하고 그 동안의 내용을 번역해준 후, 그 이후부터는 통역하시는 분께 내 말만 영어로 통역하지 말고, 참가자들의 발언도 한국말로 통역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벌써 시간은 훌쩍 전체 시간 중의 3분의 2가 지나갔다.

이미 각 나라의 차별이 많이 공유된 상황이라 준비된 실루엣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가장 긴급한 차별의 대상을 그리고 그 내용을 채워 발표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원주민 차별에 대한 것과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권리에 대해서 발표했다. 정글에 사는 이들에 대한 차별의 상황과 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필요한 권리로 선택의 자유와 지식에 접근할 자유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인도의 경우도 각종 민족 간의 차별이 있다 보니 여기에 대해 많은 공감을 표현했다. 한국의 경우는 이런 비슷한 게 없을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한 참가자가 호남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다른 양상같이 보여도 같은 뿌리에서 뻗어나간 차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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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불교가 주류 종교를 이루며 가톨릭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며 종교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권리로 꼽았다. 이것은 과거 한국의 역사에서도 있었고, 그 전날 절두산을 다녀온 참가자들은 많은 공감을 표시했다. 인도의 경우도 힌두와 이슬람이 강세인 곳에서 가톨릭을 믿는 자신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 울분을 토로했고, 말레이시아도 이슬람교의 강세 속에 베트남처럼 눈에 띄는 차별은 아니지만 자신들도 차별이 있다고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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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앞에서 발표했던 많은 차별 중에서 특히 여성차별이 제일 큰 문제로 꼽혀졌다. 심지어 악명 높은 카스트제도는 이제 법적으로는 적어도 무의미했지만 여성차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성감별 낙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뱃속부터 여성이란 이유로 태어날 수조차 없는 여성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되었다. 그러자 앞서 인도 여성차별에 대한 발표 때는 우리는 좀 낫다고 느끼던 한국 학생들이 많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고! 특히 여성외모 차별이 너무 심한 것도 문제라며 차별이 비록 그 수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존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것은 큰 수확이었다. 앞서 프로그램에서 그 오만하던 한국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려볼진대!

대만과 한국은 이주노동자 사례를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는 이주노동자 학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때리지 마세요!”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인권목록으로 올라왔다. 대만의 경우는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그들 자신의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보다 급진적인 주장이 나왔다. 이를 통해 같은 대상에 대해서 더 나아가야할 인권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인권의 기본 원칙이 더욱 소중해진 자리

마지막 정리의 자리.. 이미 시간은 예정되었던 시간에 거의 다가가고 있었다. 불과 10분 남기고 그래도 준비한 정리 강연을 조금은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사실 준비한 노고 때문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적어도 인권의 의미와 원칙은 다시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욕심을 좀 부렸다.. ㅋㅋ 사실 좀 많이. 끝나고 나오니 세 반중에 우리 반은 무려 20분도 넘게 초과되어 모두 점심을 먹으러 가고 없었다.

본래 정리 강연은 인권의 의미와 원칙, 그리고 차이가 선택되고 차별로 구성되는 맥락, 차별과 권력의 문제 등을 앞에서 다룬 실루엣에 나온 다양한 소수자의 삶을 통해 나눠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혹시 인권이라 여기며 특권을 포장하진 않는지도 생각해보는 것. 그런데 이 모든 내용을 다룰 수는 없었다. 비록 영어로 번역된 PPT를 본다고 해도 통역이 따르다보니 시간을 더욱 늘어지고. 물론 이런 시간상의 이유도 있었지만, 앞서의 고민처럼 국제회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자리들이 대체로 수박 겉핥기의 경험나누기가 되기 십상이거나 단순비교로 그칠 때, 우리가 낫다는 안도이거나 혹은 우리는 왜 이 모양이냐는 한탄에 그치기 때문이다.
인권은 조금 낫다, 보통이다, 아주 좋다 등으로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여야 하며 멈추기보다 더 나은 인권의 세상으로 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인권의 의미와 기본적인 원칙들이 더욱 소중해지는 자리였다. 비교되는 상황도 누구의 오늘이 누구의 과거였거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권은 상호불가분성을 갖는다는 것, 인권은 좀 괜찮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최종 목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인권상황의 단순비교로 자만하는 것은 인권에 가장 해로운 독이라는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인권은 약동하는 권리이자, 약동하며 주체가 변화된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한 내용으로 이 교육에서 남기고 싶은 내용이었다.

늘어진 시간에도 불구하고 끝나고 몇몇 참가자들은 질문과 교육에 대한 자신들의 느낌을 전하였다. 그리고 몇몇은 이메일과 우리 단체 홈페이지를 물어보는데,, 문제는 한글뿐이란 사실.. 그래서 일단 내 이메일을 알려주고 앞으로 나누고 싶은 것은 그리고 연락하기로 하며 자리를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 루트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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