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적 돌봄과 상담을 고민하다
지역아동센터 교사, 청소년 상담사 분들과 함께 한 1박 2일

소식지 발행 시점과 묘하게 엇갈리면서 소개할 타이밍을 놓쳤던 교육^^; 7월 중순에 1박 2일, 9월 중순에 1박 2일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청소년들을 향한 돌봄과 상담을 지원하는 교사들을 만나 뵙게 되었다. 한국 청소년 상담원의 청소년 권리 전담기구인 청소년희망센터(활동회원인 하성민 님이 일하시는 곳~) 그리고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부설 한국아동청소년인권센터(활동회원인 밝음혜영 님이 일하시는 곳~)와 함께 교육을 준비했다. 어찌 보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상담사와 지역아동센터 교사들. 그러나 청소년들, 특히나 소외된 위치에 놓이기 쉬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공통으로 담당하고 계신 터라 현장에서의 고민들을 나눌 수 있는 접점이 있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삶이 분절적이지 않으며, 학교-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수련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의 인권적인 연계가 너무도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 모여 인권옹호의 길을 이야기 해보는 것은 더 없이 중요했다.

7월 중순에 치른 교육은 일종의 기본 교육이었다. ‘들’ 상임활동가들이 2명 씩 짝지어 한 반씩을 담당했다. 한 반에는 20여명이 모여 계셨고, 총 두 반이 운영되었다. 인권감수성, 소수성과 차별, 어린이․청소년 인권, 인권의 가치를 맛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 교육의 성격상 상담사와 지역아동센터 교사 분들이 한 데 섞여 이야기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 같아 업무와 상관없이 무작위 분반을 했다. 기본 교육에 대한 평가 중 눈 여결 볼 만한 지점은 이렇게 섞여 보는 경험 자체가 좋았다는 것. 자신들의 업무 테두리 밖을 넘어서 다른 위치에서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분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만, 1박 2일 동안의 일정이 너무 빡세서ㅠㅠ 휘리릭~ 교육 내용과 고민들이 스쳐지나간 느낌이라는 분들이 많았다.

이러한 기본 교육 평가를 바탕으로 9월 중순 심화 교육의 목표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애초에 심화 교육은 아예 업종별로 분반을 하고, 각각의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려 했었다. 참여자들 중에 무작위 분반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 공통되게 진행할 법한 이야기들은 무작위 분반으로, 이튿날 마지막 시간(각자의 존재론, 역할론 고민하기)은 업종별 분반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요구에 따라 인권의 기본 개념을 다져볼 수 있는 시간을 더 배치하고, 청소년 인권을 복습하는 시간도 준비했다. 심화 교육의 하이라이트는 현장 사례 탐구 시간! 여유 있게 시간을 배치하고, 지난 3년간 현장 사례 탐구 및 이론화 작업을 해온 ‘들’의 빈곤과 청소년 팀이 교육을 담당했다. 심화 교육의 구체적 진행 과정들을 아래에서 좀 더 상세하게 안내해보도록 하겠다.

인권의 개념과 역사를 술술~

심화 교육의 첫 문은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활동가가 열어 주었다. 서구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오가며 자유로운 개인과 인권의 개념이 만들어진 과정을 특유의 입담으로 잘 풀어내 주었다. 인권은 ‘헤쳐 모여’라고 개념 풀이한 것이 참여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고유성을 가진 각 개인이 권리의 주체라는 것, 이 고유성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함께 모여 뭉치는 것이 연대라는 것을 느껴보는 시간이었으리라.

청소년 인권을 불러내는 마법의 주문~

앞선 류은숙의 강연 내용을 청소년 인권에 적용해보며, 동시에 지난 기본 교육 때 나눈 이야기들을 상기 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청소년 인권의 앙꼬라고 불릴 만한 몇 가지 원칙들을 여는 강연으로 먼저 나누고, 참여자들이 스스로 청소년 인권에서 빠져서는 안 될, 꼭 포함되어야 할 권리 내용들을 뽑아보았다. 이름 하여, 청소년 인권을 불러내는 마법의 주문. 각 모둠에 ㉠~㉦, ㉧~㉭ 중 원하는 초성 세트를 가져가게 하고 각 초성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작성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훈훈한 문장들, 웃음 짓게 하는 문장들이 꽤 많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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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속으로, 풍덩~

인권의 개념과 역사 강연과 청소년 인권 다지기가 기본 교육을 복습 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된 현장 사례 탐구는 본 심화 교육의 메인 요리라고 부를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자존감, 복지, 성(性), 폭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장에서 하실 만한 고민들을 담은 가상 편지를 준비해갔고, 이 편지에 답장을 쓴다면 어떤 내용이 들어가도록 쓸지 각 모둠에서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역아동센터가 마치 학원처럼 학습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는 교사, 능동적 참여는 별로 없고 늘 센터를 통해 뭔가를 받아 가려고만 하는 학부모들을 보며 당황하는 교사, 수련관에 다니는 청소년들끼리의 연애를 걱정하는 교사, 학년이나 나이의 위계를 활용해 아이들을 관리하는 교사들의 고민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공부나 학습이 반드시 학과 공부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닌 삶을 위한 공부여야 한다는 것, 성적이 좋지 않아 자존감이 낮은 것이 아니라 성적을 기준으로 사람의 값어치를 매기는 학교와 사회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 복지병을 운위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은 형편없다는 것, 무조건 퍼주기가 아니라 필요한 것을 묻고 무엇을 나눌지 계획하는 과정에 부모와 아이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 청소년의 성과 연애를 금기시하는 태도가 오히려 무지와 폭력을 낳는다는 것, 위계를 활용한 질서 잡기는 아이들 사이의 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불평등과 차별을 조장한다는 것 등을 이야기 했다. 진행 팀에서 미리 준비해간 사례뿐만 아니라 참여자 각자가 던진 고민과 의문들을 풀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서로가 서로의 멘토가 되어 해결의 실마리를 나눌 수 있었고, 빈곤이 만연한 요즘 시대에 청소년들을 만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짚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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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교사/상담사를 꿈꾸나

1박 2일 여정의 마지막 교육 꼭지는 지역아동센터 교사/청소년 상담사로서 현장에서 어떤 실천을 해나갈지, 어떤 관점으로 청소년을 만나야 할지 정돈해보는 것이었다. 센터 교사 그룹과 상담사 그룹으로 업종별로 분반을 해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센터 교사들과는 공부방 교사의 일상을 다룬 다큐 ‘오순도순 공부방’을 보고 비평 토론을 했고, 상담사 분들과는 다양한 매체 속에 등장하는 상담의 장면들을 보며 마찬가지 비평 토론을 했다. ‘센터 교사인 우리는 돌봄으로부터 소외된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이들에게 우리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 건가, 그러기엔 우리도 격무에 시달리고, 사사건건 애들을 통제하게 된다’는 고민이 주로 다뤄졌고, 희생하는 어머니의 상을 벗어나는 센터 교사의 상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상담사 분들과는 ‘상담의 성공과 실패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나, 대화가 아닌 훈계가 상담의 탈을 쓰고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는지, 전문가 상담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일상의 동료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주로 나눴다. 매체 비평의 가장 큰 효과는 자신의 모습과 역할을 객관화해 볼 수 있다는 것.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마련한 시간이었고, 참여자 분들의 집중과 호응도도 매우 좋았던 시간이었다.

교육이 끝난 후 받은 서술형 평가서에는 참여자 분들의 느낌, 다짐, 깨달음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Doing보다는 Being을 고민하게 된다는 한 참여자 분의 한 줄 평가가 마음에 참 많이 남았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전에 내가 어떤 존재로 타인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가 더 고민된다는 말씀이실 터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이 참여자들의 몸과 마음에 좀 더 오래 각인되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언젠가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나게 될 수 있을 테니.

– 한낱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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