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우리 동네 청소년인권 배움터
성동지역 활동가들과 함께한 청소년인권교육

서울 성동구의 근로자복지센터와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책시민연대 등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두 차례 인권교육을 요청해 오셨다. 지역에서 청소년인권모임을 만들어보겠다는 훌륭한 계획을 갖고 우리를 초청하신 터라, 기대감과 든든함을 안고 교육장을 찾아갔다. 첫날 4시간 교육은 한낱이, 둘째 날 4시간 교육은 개굴과 따이루(청소년 활동가)가 함께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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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권 속으로 : 내 안의 모든 가치를 의심하라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지하철이 자꾸 멈춰서는 통에 5분 정도 늦게 교육장에 도착했는데, 도착해보니 강사가 일등이었다는 허탈함;; 1시간 정도 기다려 가까스로 8명의 참여자가 모였다. 예상했던 숫자보다 적었지만,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교육의 문을 열었다.

교육 첫 날의 목표는 “내 안의 모든 가치를 의심하라!” 였다. 익숙한 논리들을 뒤집어보고, 때로는 뒤엎어볼 때 청소년인권이 발 딛을 틈새가 조금씩 열리기 때문이다. 교육을 신청하신 분들이 상반기 때 ‘들’에서 진행한 청소년인권 강좌를 이미 들으신 상태라고 하셔서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릴 겸 청소년 인권의 기본기를 다잡는 복습의 시간을 가졌다. 예상과 달리 상반기 때 강좌를 들은 분이 오히려 숫자가 적어 자세하게 안내를 해드리니 자연스레 여는 강연이 되었다.

여는 강연을 마치고, “폭력 학교를 치료하는 인권 처방전 쓰기” 활동을 시작했다. ‘인권친화적 학교+너머’에서 진행하고 있는 10가지 약속 캠페인의 주요 내용을 보여드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를 모둠별로 2가지씩 골라달라고 부탁드렸다. 그것이 일종의 처방전 카드가 되는 것인데, 그 문구가 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떤 장면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지, 처방전을 잘 쓰려면 어떤 것에 주의해야 할지 등을 추가적으로 논의해보는 시간이었다. 아래와 같은 양식을 드리고 양식에 맞춰 모둠 활동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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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날씨의 영향으로 늦게 시작된 터라 여유 있게 모둠 활동 시간을 드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처방전 양식은 세부적으로 드렸으나, 세부 항목을 모두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10가지 약속의 문구들이 다소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 문장들을 구체적으로 튼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을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렇게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다만, 지금 현재의 학교 교육의 주요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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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두 번째 꼭지로 넘어갔다. 인권의 가치를 만나보는 시간. 청소년 인권을 고민할 때 마주하게 되는 주요한 쟁점들을 들여다보면, 가치의 격돌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본인 자유만 소중하나? 책임도 함께 져야지. 학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니 공동체를 위해서는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 ‘가난한 애들한테는 더 많은 배려(복지)를 해주고 있는데, 걔네들은 감사할 줄을 모른다.’,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따라야지 그렇게 시위를 하면 되나?’ 등등 일상에서 늘 접하고, 사용하는 상투어들을 들여다보고, 이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들’이 애용하는 ‘문제적 인간 소환하기’ 기법으로 2가지 사례를 집중해서 다뤄보았다.

청소년노동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탈출하기

둘째 날은 청소년노동을 둘러싼 논쟁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아래 그림을 모둠별로 나눠주고 난 뒤, 말풍선에 적힌 편견에 가득한 말들에 대해 댓글을 직접 달아보도록 했다. 그런 다음, 청소년노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함께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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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일터에서 취약한 이유를 청소년의 미성숙함에서 찾는 것은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청소년들이 문제라고 하기 이전에 청소년들에게 인권을 지키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제공된 적이 있었던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의 노동이 비행의 이미지에 포획되어 있는 한 그들의 당연한 요구는 경청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청소년들이 책임감이 없어 일을 쉽게 그만둔다고 욕하기 전에 일을 그만두는 것 말고는 자신을 구제할 길이 완전히 가로막혀 있는 현실을 문제삼아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청소년들이 노동과 독립에 대해 갖고 있는 욕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등 여러 질문들을 따라가면서 청소년노동자들을 노동자로서 존중하는 시선을 고를 수 있었다.

동네에서 인권을 찾기 위한 해법은?

마지막에는 학교와 일터에서 흔히 일어나는 청소년 인권 침해 사례를 갖고 대응 방법을 직접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는 청소년인권활동가 따이루가 ‘자문위원’ 형식으로 참여자들이 찾아낸 대응방법들 중에 부족한 점이나 유념해야 할 점, 더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 등을 제안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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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단속에 걸려 징계를 받게 된 학생 이야기, 학생회 선거에 나왔다가 교사들의 연설문 검열을 당한 학생 이야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자기가 동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는 청소년 노동자 이야기 등 가져간 사례들이 모두 따이루가 직접 대응해본 적이 있는 사례들을 참고해서 만들어졌기에 따이루의 자문이 참여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무슨 70년대 노동현장 같아요.” 참여자 가운데 지역 노조에서 활동하시던 분이 꺼내신 얘기다. 학교 안에서,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의 인권 투쟁이 70년대 노동운동의 조건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말씀이셨다. 그 말을 듣던 참여자 분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이셨다. 이런 ‘촉’을 가지신 분들이 동네에서 청소년인권모임을 만들겠다고 하시니 든든하다.

– 한낱, 개굴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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