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자원봉사자에게 인권교육은?

인권교육의 필요를 말할 때, 인권침해 피해 당사자나 취약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 그리고 옹호자가 될 수 있는 그룹을 중요하게 꼽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만나는 ‘자원봉사자’도 이런 옹호자 그룹(가까운 위치에서 영향을 미치고 조력할 수 있는 사람들)중 하나입니다. 자원봉사자는 지자체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단체 활동으로 사회적 약자를 만나는 자리에 있습니다. 지원하는 당사자와의 관계, 당사자를 바라보는 인식에서 인권적 관점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필요가 강한’ 참여자일 때 교육에는 부정적인 태도가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자원봉사자는 교육의 필요는 높으면서도 대체로 ‘호의’적인 참여자이기도 합니다.

나이어린 사람 혹은 혼자 사는 사람, 아픈 사람 혹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등 다양한 시민을 만나는 위치가 자원봉사자입니다. 그런 만큼 다양한 사람과 삶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중요한데, 나이 어린 사람이나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여성과 성소수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할지 공부와 안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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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할을 구분 짓는 관점이나 어린이 청소년을 미성숙하게 보는 태도, 현재의 문제를 당사자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입장 등은 특히 자주 마주하는 태도입니다. 인권을 교육으로 처음 만나는 시민의 현재적 반응은 아닌가 생각도 들고,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사안에서 갈등과 고민을 이어가는 사회 모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자는 깨끗한데, 남자는 혼자 살면 이렇게…’

‘남자구나. 씩씩하네’

‘어린데 공부부터..’

‘그러니까, 아프지…’

그리고 이런 말을 한 자원봉사자가 문제를 지적받았다면 서운한 마음이 들지도 모릅니다. ‘칭찬’과 ‘격려’, ‘걱정’의 일상적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기관이나 단체에서 자원봉사자 대상 인권교육을 요청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였습니다. 반갑고 다행인 것은 교육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꺼내놔 주어서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이 사회에서 배워서 그렇게 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원래 가지고 태어나는 게 있지요.”

“청소년이 정치활동을 하거나 사회문제 일찍부터 관심을 갖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에게 어른들의 생각이 영향을 크게 줄 것 같은데요.”

두어 시간 교육에서 참여자의 관점이 180도 바뀌는 것도 아니고, 교육의 목표도 그렇게 삼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자원봉사자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당사자 삶을 평가하거나 생활방식을 투영하지 않도록 자원봉사 활동과 교육이 안내되어야 하겠지요. ‘어렸을 때부터 남자애랑 여자애랑 좋아하는 장난감이 다르다’, ‘생활습관을 보고 그러니까 아프지..’라고 판단하는 것은 자원봉사자 ‘개인의 생각’일 수 있다는 이해의 과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은 활동을 통해 얻은 것과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이 자원봉사 활동의 가치를 더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감사와 고마움 같은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고, 하나로 정형화 할 수도 없지요. 인권교육에서는 자원봉사자 사이, 자원봉사자와 당사자와 사이의 존중과 평등한 위치관계에 주목하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간혹 ‘감사를 모른다’ ‘빠삭하다’라고 지원 당사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당사자와 자원봉사자가 서로의 위치와 관계를 고민하면서, ‘서로의 곁에 있다는 것’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안내가 중요해 보입니다. 자원봉사자가 만나는 시민, 자원봉사자가 만나는 지원당사자와의 관계와 관점의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 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나 도시락 전달, 서명을 받거나 물건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의 ‘일’만이 아니라 다른 공간, 다른 관계,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이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인권교육이 더욱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글쓴이 : 은채(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