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어린이와 어린이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기

속상하고 억울했던 어린이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은 ‘말해도 안 들어 줘요’ ‘맨날 조용히 하래요’ ‘못 놀아요, 시간이 없어요’ ‘비교당하는 거 싫어요’ 등 입니다. 이런 어린이 일상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인권 문제가 되는지 차근차근 되짚는 생각의 지도를 그려 보았습니다.

“좀 조용히 해!”

혹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나요?

누가 자주 듣는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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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비청소년이 어린이에게 이 말을 듣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반면 다수의 어린이는 학교, 집 등 생활하는 곳곳에서 종종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어른들 말씀하시는데”가 앞에 붙기도 하지요. 나이에 따라 중요한 대화, 중요하지 않은 대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어린이의 대화, 어린이의 의견, 어린이의 말은 덜 중요한 것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또 ‘어른’의 질문에 항상 어린이가 대답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른이 묻는데, 대답해야지”와 같은 말이 익숙하다면 말이지요. 자유로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의견의 내용뿐 아니라 말할 때와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하지만, ‘어른이 묻는데 똑바로 대답해야지’같은 말이 어린이를 몰아세우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더러 자꾸 조용히 하래요’라는 어린이의 말에서 어린이의 말/의견/대화를 존중하지 않는 인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됩니다.

시간표, 일과표를 정할 때 누구와 무엇에 대해 의논하나요?

자유시간은 쉬고 놀기에 충분한가요?

하루 중에 ‘비어 있는 시간’이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를 만날 때 가장 큰 목소리로 아쉬움을 전하는 것 중 하나는 쉬는 시간의 부족입니다. 물론 교사에게도 같은 아쉬움이 있겠지만,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생활하는 특히 ‘비자발적’ 특성이 강한 어린이의 일상에서 쉬는 시간/ 자유시간의 부족은 더 간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지어 방과후나 주말, 방학에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가기 싫은데 친척집에 갔어요’ ‘놀러가서 공부했어요’ ‘방학에 놀면 안된대요’처럼 말이지요. 가족, 학교, 친구관계에서 각자의 시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간을 고려해야 하지만 “어린이의 시간”에 대해서는 유독 ‘어른’의 결정이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린이는 시간의 주인으로 계획하고 경험할 기획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는 ‘비어 있는 시간’을 불안하게 여기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시간의 주인으로 생활을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어린이와 함께 30일의 시간표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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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으로부터 ‘좋다’ ‘나쁘다’ 또는 ‘잘한다’ ‘못한다’라는 비교나 평가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일상에서는 무엇에 대한 비교가 가장 많은가요?

사라졌으면 하는 비교는 무엇인가요?

‘비교가 제일 싫다’고 말하는 어린이를 자주 만나곤 합니다. 키가 큰지 작은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지 아닌지, 어른 말을 잘 듣는지 안 듣는지, 깔끔한지 아닌지, 성격이 좋은지 아닌지, 밥을 잘 먹는지 안 먹는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아닌지, 머리가 좋은지(?) 아닌지 등등. 어린이들이 경험한 비교의 경험을 듣다보면, 세상에 모든 일이 ‘비교’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비교가 너무 싫은데, 비교가 일상인 생활을 하고 나아가 비교를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비교는 싫지만, ‘잘한다’와 같은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하게 되거나, 칭찬을 듣기 위해 시작했지만 점점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때로는 마음처럼 잘되지 않아서 크게 실망하고 슬픔에 빠지기도 합니다. 정말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인지, 평가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잘한다’는 칭찬의 말이 어린이를 힘들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른’의 마음에 들도록 칭찬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물론 ‘빠르다’ ‘잘한다‘ 등의 평가가 사실을 말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것일지라도 비교 당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속상하다는 것을, 많은 어린이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보통 들어왔던 ‘그러니까 잘 해야지’와 같은 질책이 아닌, 다른 인권적 대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차별을 만드는 사회적 기준들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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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은채(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