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그림책은 쉬울 거야…. 정말?”

상반기에 그림책을 가지고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과 인권수업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마스크를 쓰고 어린이들과 교육을 했던 때가 꿈만 같습니다) 그것에 이어 하반기에는 아동인권강사 대상, 비대면으로 그림책을 통한 인권교육 6회기를 했습니다.(마지막 시연 2회기는 대면) 공룡트림을 통해 다양한 그림책을 만났고 어린이들과 직접 인권교육을 한 경험은 기대를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배우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그림책 강좌는 쉽고 재미있을거라 기대를 했고 부담없이 마주했던 마음은 참여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설레고 기대되기만 했을까요?

어떤 방법으로 인권을 나눌 것인가보다,
나누고 싶은 인권이야기를 어떤 관점으로 준비하는가가 더욱 중요함을 알게된 시간

막상 하려니 그림책이 좋은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그림책과 인권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림책을 통한 인권교육도 마찬가지, 참여자 분석과 촘촘한 교육기획이 필요했습니다. 그림책의 감동에만 기대어 교육하면 놓치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림책과 연결지어 떠오르는 것은 ‘어린이에게 주는 교훈’ 등 우화로 가치가 전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세심하게 내용을 살펴봐야 합니다. 그림책 ‘프레드릭’에서 남들이 땀 흘리며 일할 때 그 일을 함께하지 않은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는 것과, 파업을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냐는 질문을 받으며, 교육가가 갖고 있는 신념이나 고정관념이 그림책을 통해서 더욱 확고히 되었을 때,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진다는 커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고정관념이나 가부장주의, 유교적인 문화는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워서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린이의 시각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걸 어린이들이 본다고?’, ‘이런 걸 어린이들에게 알려준다고?’ 등 먼저 어린이들에게 줄 것과, 주면 안되는 것을 선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성평등 그림책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에서도 외설적이라 하여 학교와 공공도서관에서 논란과 함께 회수했습니다. 성에 대한 성인의 왜곡된 시각으로, 조기성애화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정작 어린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지금의 곰과 내가 만날 수 있는 그 ‘사이’를 만든 질문은

이번 인권교육에는 노숙인의 이야기가 있는 ‘나는 곰입니다’와 파업 이야기가 나오는 ‘양들은 파업중’ 그림책을 담았습니다.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하고 순수한 이야기만을 어린이들은 알아야 할까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아직 어리니까 몰라도 되는 일은, 언제 알게 되는 것일까요? 어린이라고 해서 노숙인의 삶과 파업이 비껴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려질 뿐입니다. 어린이의 삶에는 노숙인의 모습이 어떻게 닿아 있는지 연결시켜 주는 힘이 그림책에 있다는 것을 참여자들과 함께 보게 되었습니다.

잼보드를 활용한 참여자 활동 결과물

잼보드를 활용한 참여자 활동 결과물

 

그림책을 통한 교육이라고 그냥 ‘보기만’, ‘듣기만’해서 되는 건 아닙니다. 물론 그림책이 주는 감동이 인권의 감각을 깨워주는 경우가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책이 주는 감동에만 의존한다면 아쉬운 점이 남게 됩니다. 그 서사와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연결의 과정이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질문’입니다. 노숙인은 왜 길에서 자게 되었을까요? 너는 왜 집이 없니? 라는 질문은 사회적인 위치를 재확인하게 되고 스스로 자격을 고정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말들, 질문들은 어쩌면 입을 닫아버리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곰과 내가 만날 수 있는 그 ‘사이’를 만든 질문은 무엇일까요?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김현경은 자신이 만난 노숙인의 경험에서 그에게 돈을 준 순간, 그와 나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인권교육에서도 좋은 말을 훈화처럼 전달하기보다 참여자와의 ‘사이’를 열어주는 자리를 만드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존재로서의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홈리스와 노숙인의 이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 이름과 자격에 갇혀있는지도 모릅니다.

‘어, 이건 왜 인권이 아니야?’, ‘혹은 이런 것도 그림책에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나는 곰입니다’를 보며, “길에 있는 노숙인도 인권이 있어 그들도 존중해야 해”라고 결론을 짓고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면 노숙인은 한번 더 대상화되고 맙니다. 노숙인을 어린이, 청소년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노숙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노숙인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참여자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삶에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그 방법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권교육을 기획하고, 참여자에 대한 분석을 하고, 연결의 질문을 만드는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갑니다. 이번 교육에서는 기획과 방법론에 대해 더 깊이 고민이 되었습니다.

좋은 해답과 결론이 어느 경우 나를 위축시킬 때

어린이 청소년 인권교육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이야기는 유엔아동권리협약입니다. 학교에 가도 “생보발참! 우리 다 알아요!“ 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리의 이름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하고 좋은 법이야’에서 그치면 나에게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상하지 못할 때 남의 이야기가 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그림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감동의 서사로, 그림책에 기대어 좋은 이야기를 한편 듣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권교육에서는 나의 이야기, 나의 서사로 만들어져야 눈길이 가게 됩니다. 좋은 해답과 결론이 어느 경우 나를 위축시킬 때도 있습니다. 저렇게 할 수 있는데 넌 왜 가만히 있는 거야? 라고 되묻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감정을 읽고 스스로 자신을 대변할 힘이 생기게 하는 교육이 더 필요한 순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으로 보는 인권교육의 사례로 열고 기획과 방법론으로 설계를 하고 그 안에서 어린이의 삶에서 펼쳐졌던 보이지 않는 세계와, 어린이가 경험한 세계를 연결 짓는 것. 알 듯 모를 듯 어려웠지만 어린이와 만날 참여자들의 사고를 다시 보고 어린이의 눈으로 시선을 맞추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이를 메꾸는 온라인 도구도 경험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느끼게 되는 것은, 교육을 열었을 때 경험하지 못한 것, 느끼지 못했던 것이 있어도 그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 않을 뿐 언젠가 다시 떠오르고 고민을 다시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걸 믿게 되었습니다. 당장 열리는 고민이 아니어도 당장 방법이나 해답이 보이지 않아도 참여자가 다시 어린이를 만날 때 그 사이의 보이지 않았던 고민과 흔적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작성: 사슴_김혜은(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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