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패들렛을 활용한 온라인 인권교육
‘우리가 직접 쓰는 사회권’ 활동을 시도해보다

서울에서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대면 교육들이 다시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지난 가을부터 대면교육으로 진행되던 아동인권강사 기본과정도 코로나19 3차 대유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결국 ‘줌’(Zoom)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으로 돌아섰다. 마침 내가 사회권(사회경제적 존엄)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할 차례였다. 참여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해 온라인 교육이 낯선 분들도 많을 텐데, ‘줌’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한 분들도 있다고 한다. 온라인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사회권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까, 모둠활동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패들렛’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있다는 걸 주워듣게 되었다.

패들렛 세계에 입문하기

검색창에 패들렛(Padlet)을 쳐보니 “Padlet, 전 세계에서 가장 쉬운 창작 및 공동작업 도구”라는 소개 문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도구 앞에서 난처해하던 나에게는 조금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얼마나 쉽나 보자’ 하며 한두 개의 블로그 글을 참고삼아 요렇게 조렇게 만져보니 그리 어렵지 않게 모둠활동 결과를 모아낼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었다. 게시판(dashboard, 대시보드: 게시판으로 번역하는 게 적합한지 알 수 없지만)의 디자인 형식은 다양했는데 나는 모둠별 토론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디자인이 필요했기에 첫 번째 담벼락 디자인을 선택했다. ‘타임라인 디자인은 나중에 사건의 흐름별로 의견을 달도록 할 때 써보면 유용하겠네’와 같은 상상을 하며 첫 번째 패들렛 만들기에 성공했다.

패들렛 초기화면

 

나보다 더 낯설 참여자의 입장에서 준비하기

온라인에서 처음 만났다면 참여자들과 다소 어색했을 텐데, ‘어린이청소년 인권’을 주제로 이미 한번 오프라인에서 만나뵀던 분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낯선 환경에서의 재회’를 서로 위로하며 교육을 시작했다. 먼저 사회권의 의미와 역사, 흔히 사회권으로 분류되는 권리의 목록들을 소개한 다음, 참여자들이 사회권의 내용과 기준을 직접 써보는 활동을 시도해보았다. 차근차근 활동 방법을 안내하고 줌의 소회의실로 참여자들이 들어가게끔 안내했다. 소회의실에서 만난 이들끼리 어색하지 않도록 먼저 인사를 나누고, 사회자와 발표자를 정하고 나서 토론을 시작하시기를 부탁드렸다. 다른 줌 회의공간에서 소회의실에 임의로 할당되었을 때 나 역시 낯설고 어색했던 기분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참여자들도 소회의실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들어갔을 때 낯선 이들과 토론하는 부담을 최대한 덜 수 있는 방안을 궁리해본 것이다.

우리가 쓰는 사회권

 

오랜 시간 집중하기 힘든 온라인 환경을 고려, 욕심을 버리고 모둠활동 주제는 주거권과 교육권 2가지로만 한정했다. 사회보장권, 건강권, 노동권과 같은 다른 사회권에 비해 주거권은 시민들이 인권이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권리다. 그래서 참여자들이 시혜적 복지와 구별되는 사회권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에 주거권만한 이야기 주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교육권을 꼽은 이유는 아동인권강사 과정인 만큼, 교육을 인생의 특정 단계에 수행해야 할 과업이나 사회적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권으로서 새롭게 정의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앞으로의 과정을 이어나가는 데도 핵심적이라고 판단해서였다. 주거권과 교육권을 이루는 내용 요소를 뽑아보는 작업이 참여자들에게 어렵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집다운 집’과 ‘교육다운 교육’에는 무엇이 있고 없고, 무엇을 채울 수 있는 것인지를 떠올려보시게끔 안내드렸다.

소회의실로 이동하기 전에 채팅창으로 미리 만들어둔 게시판 주소를 보내드리고, 주소를 클릭해서 인터넷 창을 띄어놓으라고 말씀드렸다. 소회의실로 흩어진 뒤 토론 결과를 어디에 가서 적어야 할지 몰라 헤매는 혼동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패들렛에서는 참여자들이 메모창을 새로 만들어 토론 결과를 적는 일이 어렵지 않다. 다만, 여럿이 작업하다 작업물이 지워지거나 옮겨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만들어둔 메모장의 댓글 창에 토론 결과를 적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림3

소회의실마다 들어가서 토론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다른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고 나니 30분의 토론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다행히도 댓글 달기는 참여자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작업이라 큰 어려움 없이 토론 결과를 정리하신 것 같았다.

 

집다운 집, 교육다운 교육을 직접 쓰다

패들렛 게시판을 화면공유한 상태에서 모둠 결과를 나누니 귀로만 듣는 것보다 더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주제별로 댓글 창을 하나씩 살펴보며 토론 결과를 나누었는데, 다행히도 다양한 각도에서 사회권의 구성요소를 찾아주셨다.

그림4

 

‘집다운 집’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모둠들의 발표를 듣고 나서, 유엔 주거권 기준과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통해 만난 청소년 홈리스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집다운 집’은 안정성, 적정 주거기준의 충족, 부담 가능성 등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뿐 아니라 누구와 살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주거정책을 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교육다운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모둠들의 발표를 듣고 나서는 이렇게 질문을 드려보았다. “선생님들이 찾아주신 교육다운 교육의 내용과 한국 교육의 현실을 비교해보면, 한국 교육은 과연 몇 점인가요?” 참여자들은 바닥 수준이라며 학생들이 교육과정에서 너무 일찍 실패자라는 낙인을 부여받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서 유엔 교육권 기준과 ‘배우고 싶지 차별받고 싶지 않다’는 대학입시 거부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렸다.

그렇게 3시간의 온라인 교육이 끝나가고 있었다. 오늘의 교육 내용을 정리하기 위한 질문 3가지를 준비해갔다.

수급자와 수급권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최저선과 적정선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복지의 대상이 되는 것과 사회권의 주체가 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정리해보시게끔 안내드리고 교육이 마무리되었다. ‘우리가 직접 쓰는 사회권’ 활동에서 나온 동료 참여자들의 이야기가 아무래도 더 큰 울림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작업 결과를 갈무리해 아래와 같이 참여자들에게 전해드렸다. 패들렛에는 작업 결과를 그림파일이나 PDF 파일로 변환해 저장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도 있다.

 

댓글창에 달린 토론결과를 메모창으로 옮겼다. 참여자들이 패들렛에 익숙하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토론결과를 정리해달라고 하면 된다.

댓글창에 달린 토론결과를 메모창으로 옮겼다. 참여자들이 패들렛에 익숙하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토론결과를 정리해달라고 하면 된다.

 

온라인 인권교육의 출구는 어디에

온라인을 거절하고 대면교육을 고집할 수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온라인 교육이 갈수록 늘어난다.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싶지만, 해볼수록 온라인 교육의 한계는 분명하다. 참여자들끼리 서로 숨결과 기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분위기 형성도 쉽지 않고, 교육가의 입장에서도 참여자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피면서 틈새를 메울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어렵다. 확실히 온라인 환경에서는 소통의 지배적 방향이 ‘교육가에서 참여자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잘 이해되지 않는 설명이 있을 때 손들고 질문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연세 많은 참여자가 핸드폰으로 참여하신 경우엔 컴퓨터가 집에 없을 확률이 높다. 댓글을 달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고, 교육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육이야 강사과정으로 본인들이 신청한 교육이고, 구청의 담당자가 참여자들에게 비디오를 켜고 참여해달라는 부탁과 출석 확인이라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기에 소회의실 활동까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반면 비자발적 교육이라면 어떤 참여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참여를 활성화하기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한계를 끌어안고 인권교육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다음엔 또 다른 감염병이 우리를 시험대에 올릴 것이다. 온라인 인권교육은 어떻게 가야 할까. ‘가르치는 교육’에서 ‘서로 배우는 교육’이라는 지향에 조금 더 다가서는 교육이 되고픈 인권교육은 온라인 환경에서 그 지향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아직은 다소 막막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자꾸만 실험을 거듭해보려고 한다.

 

  • 글쓴이: 배경내(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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