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시설생활 장애인의 일상을 흔드는? 새로 만드는! 교육

시설 생활 장애아동 인권교육을 수년간 그것도 1회가 아니라 4회씩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교육에서 첫 번째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시설에서 생활인 교육을 진행하더라도 1회성으로 매년 상황 따라 교육기관을 다르게 섭외하는 경우가 많아서 연속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우니까요. 교육가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교육을 기획할 때나 마친 후에도 ‘애매하고 어정쩡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교육 참여자와 교육가가 서로를 기억하고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는 기쁜 순간들은 연속된 교육의 덤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연속성은 적합한 교육을 구성하고 효과를 만들어 가는 훌륭한 자원이겠지요.

올해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주장하기’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을 구성하게 됐습니다. 마침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하며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된 참여자들이 일상에서 의견을 갖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필요해 보인다는 기관 담당자의 의견이 있기도 했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또 의무로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에서 교육담당자의 관심과 의지가 인권교육의 시작과 결과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절감하곤 합니다.

1회차에는 하루일과를 중심으로 무엇을 하고 있고, 좋아하는 활동이 뭔지 찾아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고 2회차에는 친구나 생활교사와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떠올려 감정을 찾고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3회차에는 시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경험하게 되는 상황을 설정해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표현해보는 활동으로 4회차는 시설 밖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찾아보는 시간으로 기획이 됐습니다.

2회차에 진행한 역할극 중, 더 놀고 싶은 생활인과 놀이 시간을 제한하는 교사의 대화입니다.

구름이는 노래를 들을 때 즐거워요. 학교 다녀와서 오후에 컴퓨터에서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르는 시간이 정말 좋아요. 그런데 구름이가 속상한 일이 있었나봐요. 구름이가 속상했던 이야기를 연극으로 보여줄게요. 구름이와 초록이는 친구예요.

구름이 : 컴퓨터로 음악을 들으니까 너무 좋다.

초록이 : 다음에 어떤 노래 들을까?

구름이 : 나는 계속 ‘찐이야’ 들을래. (구름이랑 초록이는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불러요.)

직원 : 구름아, 초록아 이제 자야할 시간이야. 컴퓨터 그만해.

초록이 : 그만하래.

구름이 : 싫어. 나는 더 듣고 싶어.

직원 : 구름아, 자야할 시간이니까, 오늘 컴퓨터는 그만해.

구름이 : 싫어요.

직원 : 구름아, 다른 친구들은 다 자는데 너만 놀면 안돼. 컴퓨터는 내일 해.

구름이 : …

<이어지는 질문>

ⓐ 구름이처럼 계속 놀고 싶은데, 선생님이 그만하라고 한 적이 있나요? 무엇을 계속 하고 싶나요?

ⓑ 구름이처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해 본 적 있나요? 구름이처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되나요?

ⓒ 컴퓨터를 왜 그만해야하나요? 잠자는 시간은 몇 시인가요?

ⓓ 계속 컴퓨터를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친구랑 계속 놀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밤에 티비를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요?

ⓔ “노래 하나만 듣고 잘 거예요” “친구랑 조금만 놀고 잘게요” 말해 본 적이 있나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어떤가요?

ⓕ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친구나 선생님한테 말해보세요 (외출, 놀이, 음식 등)

=> 하고 싶은 놀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친구나 선생님한테도 알려줘야 해요.

친구랑 선생님이 여러분이 좋아 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도와주고, 응원하고, 조심할 수 있어요.

무엇이 즐거운지, 좋아 하는 것인지 생각해 봐요.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을 표현해 봐요.

다른 친구나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것이 서로 다를 때 어떻게 할까요?….

참여자에게 역할극을 보여주고 이어지는 질문으로 대화를 나눈 후에, 참여자가 역할을 맡아 하고 싶었던 말을 직접해보는 과정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직접 몸을 움직여 표현할 때 문제 상황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참여도 적극적으로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교육이 수년간의 반복과 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규칙 그리고 일상을 헝클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분이 계실까요?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행동’ 들을 스스로 통제하는 일상을 흔드는 위험한 인권교육이 아니냐는 말이지요. 장애인시설뿐 아니라 비장애인학교에서조차 인권교육 이후에 간혹 이런 말이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노래 한 번만 더 듣고 싶어요’ ‘친구랑 조금 더 놀게요’라는 요구가 참여자들에게 너무나 낯선 말이라는 것입니다.

이날 참여자 중 한 명은 표정이 시무룩해지고 이후에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정확히 무엇 때문에 기분이 다운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전까지 활발한 참여와 평상시 생활과 생각에 비추어 본다면(기관 담당 교사) 아마도 정해진 약속, 당연하다고 생각됐던 것에 변화를 주는 것이 불편했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어떤 생활 규칙이 일상으로 자리 잡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고, 일상의 변화를 즐기는 것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들여다보고, 요구하고, 관계 속에서 조율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열린 일상’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인권교육이 그런 제안이고 연습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시설에서 이런(일상을 흔드는 것 같은?) 교육의 필요를 공감하는 기관 담당자를 만난 덕에 참여자와 교육의 내용만 고민하면 됐던 것이 이 교육의 두 번째 다행스러운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성: 은채(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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