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질문’으로 참여자와 함께 길을 찾아가는 교육

최근 미혼모 자립지원 시설에 인권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인권? 알아서 뭐해, 현실에서 바뀌는 것도 없는데’라고 느껴지는 시간이 될까봐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사회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참여자가‘인권을 만나 내 편 하나를 얻었다’라고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자는 3명, 어떻게 말걸기를 해야 나 혼자 떠드는 시간이 아니라 참여자들와 함께 수다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인권교육 새로고침]에 ‘질문’이 참여자의 생각하기와 말하기를 촉진시킨다는 말이 생각나 여러가지 질문으로 구성한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6년 넘게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던 찬드라의 이야기를 소개로 교육의 장을 열었습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왔던 그가 식당에 가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주머니에 있던 돈이 없어 당황한 그는 식당주인에게‘집’,‘돈’을 말했지만 식당주인은 알아듣지 못했고 결국 경찰서로 보내졌습니다. 찬드라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경찰서에서는 찬드라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말았습니다. 서툰 한국어였지만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오겠다는’수많은 표현들이 있었을텐데…무엇이 식당 주인과 경찰관의 귀를 가로막았던 것일까질문하고 함께 생각 해 보았습니다. 정확한 한국어가 언어의 기준이 되는 순간 찬드라의 몸짓, 표정 모두 더 이상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없었음을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일상의 삶속에서 평범한 행복을 꿈꾸며 살지만 현실에서는 작은 실수에도 쉽게 비난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의 현재의 상황도 나 혼자 짊어져야 하는 책임으로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을 돕게 위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으로 사회 구조를 살펴 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같은 공간, 같은 상황에서도 남성은 경험하지 않을 것 같은데 여성만 겪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경험했을 법한 이 차별의 구조를 도마위로 올려 놓았습니다. 나 역시 면접시 아이가 있다고 하면 꼭 아이는 누가 봐주냐는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아마도 남편은 단 한번도 받지 않았을 질문이었을 겁니다. 참여자들도 그럴 때 뭐라고 대답했냐며 물었습니다.

이렇게 질문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우리가 어떤 요구를 받으며 살고 있는지, 여성에게 어떤 위치를 부여하려고 하는지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할당된 자리, 이 역할을 수행할 때 슈퍼우먼이라는 과도한 칭찬을 하기도 하고 수행하지 못했을 때는 너무 쉽게 무능한 여성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참여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나갔을 때 잠시 마스크를 벗겨주었다가 엄마가 아기 마스크도 안 씌워 준다며 야단을 맞은 이야기, 아기용품과 유모차등 무거운 짐 때문에 외출은 엄두도 못낸다는 이야기등 더 나아가 나에게 무참히 폭력을 행사하던 남편을 주위에선 좋은 사람으로 대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주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2시간을 통해 현실의 크고 작은 고통들을 나누고 위로했지만 이것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살짝쿵

이들의 목소리에 마이크를 대고 더 당당하게 용기를 내게 하는 시간이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숨지 않는다”라는 책을 가져갔습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숨어 살도록 강요받았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기록한 책 입니다. 책의 제목을 소개하고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누구누구의 이야기가 등장할까요?라는 물음에 참여자들은 탈가정 청소년, 노숙인, 장애인 등을 떠올렸습니다.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소개했습니다.

1이혼한 여성

2– 20대 탈북여성

3장애아이를 둔 여성

4– 70대 홈리스 여성

5탈가정 여성 청소년

6조현병 여성

7스쿨미투 활동을 하는 여성 청소년

모두 다 여성들입니다. 이들이 왜 숨어있었는지, 숨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감당해야하는 것들이 무엇이었을지 물었습니다. 잠시 생각하다“어마어마한 비난이었을거예요”한 참여자가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다른 참여자가 최근 ‘물어보살’이라는 프로에 미혼부가 나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를 응원한다며 후원금을 보냈다며 아마도 미혼모가 나왔더라면 ‘불쌍하다’‘힘내라’라는 응원은 했더라도 “몸을 함부로 놓은 사람”이라는 편견과 비난도 이어졌을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어서 이들이 숨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를 질문해 보았습니다. ‘떳떳해지고 싶었을 것’이라고 떠올립니다. 이들이 이혼을 하고 장애아이를 두고 홈리스 상태가 되는 것은 한 사람, 개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세상에 가려지기 보다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의 편견도 변해 왔다는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그러자 한 참여자가 “왜 성매매 여성은 없죠?”라고 말하고는 이어 자신의 억울했던 경험들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성매매업소가 없어지면서 지원금이 나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성매매 업소에 가게된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원해서 들어간 사람들에게 왜 그런 돈을 주냐며 비난받은 이야기, 처음 정말 돈이 필요해서 일을 시작하던 사람들은 있었을지 몰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 계속 그러한 삶을 살기로 스스로 결심하는 사람은 없다며 사람들은 진실을 모른다며 함부로 이야기한다는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그러자 다른 참여자가“미혼모 여성도요!”라고 말하곤 어색하게 웃으며 미혼모 여성의 이야기도 책에 기록하자며 제안했습니다.

 

‘한아이를 키우는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공동의‘정치적 책임성’을 이야기 하는 말입니다.

그러자 한 참여자가 포스트잇에 무언가를 적어 옆사람에게 보여 주었고 이내 나에게 주라는 사인을 보냈습니다. 포스트잇에 적힌 글을 읽자 놀란 토끼눈을 하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쉿!) 신호를 보내옵니다. 포스트잇에는“남편도 없이 여자 혼자 쌍둥이를 키우려면 정부 지원이라도 받아서 살아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얼마전 구청에 지원제도를 알아보러 갔을때 구청직원이 한 말이랍니다.

우리는 눈빛으로 함께 분개했습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같은 공간에서 나의 호소를 알아채는 사람. 때로는 너무 잘 알아서 모르는 척 해주고 있는 우리의 사이를 떠올려보며 우리의 행복이 무관하지 않음을 우리의 자립지원센터 안에서 우리의 고통과 행복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갖는 간담회 시간을 이용하여 이들의 목소리 내기를 계속 이어지기를 권유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우리가 더 많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묻고 함께 찾아본 후 교육을 마무리 했습니다.

 

‘가닿는 교육’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나의 말걸기는 늘 서툽니다. 하지만 나의 말걸기가 허공에 맴돌지 않고 참여자들의 마음속으로 가닿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힘을 빼앗긴 공간에서 인권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때, 특히 소그룹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때 ‘질문’을 활용한 교육은 우리들을 더 긴밀한 대화의 장으로 이어줍니다. 그리고 질문은 우리가 길을 가는 내내 지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랜동안 참여자들의 얼굴, 그들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아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있습니다.

– 글쓴이 : 지나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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