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짓는 사람+들] 열 번째 만남
-활동회원 홍의표 님의 이야기입니다.

열 번째 만남

 

서울도봉초등학교 교사

들 활동회원 홍의표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불과 열흘, 주5일 수업의 등교일로 치면 2주 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다. 여느 해 같았으면 2주라는 시간은 처음 만난 서로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이제 겨우 한두 걸음을 내딛었을 뿐인 짧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온 날보다 오지 못한 날이 더 많았던 올 해는 3월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모든 날을 더한 것이 고작 열흘이었다.

새 학기 개학이 연기된다는 것만으로도 사뭇 충격적이었다. 20년의 교직 생활 중에 새 학기 개학이 연기된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워낙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조치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 여겼다. 하지만 연기된 개학을 준비하는 것 이외에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다소 길어지는 기다림이 못내 지루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은근히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작년 이맘때라면 정신없이 지나갔을 텐데 개학이 연기되니 새 학기를 좀 더 알차게 준비할 보너스 시간이 생긴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3월 2일 개학이 1주일이 연기되어 3월 9일에 개학을 한댔다가(1차 연기) 다시 2주가 연기되어 3월 23일 개학을 한다고 했다.(2차 연기) 이때만 해도 법정 수업일수 190일을 유지해야 해서 여름이나 겨울방학이 줄어들 거라는 소식만 간간히 들려왔다. 교사들은 하릴없이 교무실이나 각자의 교실에서 교육부에서 발표하는 개학 소식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뉴스에서 언뜻 집에서 놀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학습지원을 한다는 발표도 들려왔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개학이 미루어진 것일 뿐 수업은 학교에 나와서 할 줄 알았다. 주인 없는 빈 교실에서 문득 학생들에게 영상으로라도 인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스마트폰으로 ‘담임 소개’ 영상을 찍기도 했다. 2월부터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도 하고 나름 정성을 다해 꾸민 교실도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실찾기와 교실소개’ 영상도 찍었다. 정식 개학은 안 했지만 우린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궁금했고, 만나고 싶었으니까.

연기된 개학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인사영상을 만들어 우리 반 학생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연기된 개학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인사영상을 만들어 우리 반 학생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출처: https://youtu.be/40VvA1PS0gk

 

3월 17일, 새 학기 개학이 한 번 더 연기되어 4월 3일로 미루어지더니(3차 연기), 4월 6일부터 8일까지 추가 휴업 후 4월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발표했다.(4차 연기)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온라인 개학이었다. 이게 뭐지? 학생들에게 EBS 강의를 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럼 교사들은 뭘 하는 거지? 에이 설마 우리보고 EBS강의 같은 걸 찍으라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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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교실을 배경으로 곧(?) 맞이할 학생들을 위한 브이로그(Vlog)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출처: https://youtu.be/HulhAJOkEzQ

 

누가 입시 위주의 교육왕국 아니랄까봐 온라인 개학은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시작했다. 1~2일의 적응기간만을 주고 각 학교별로 온라인 개학을 시작했는데, 학교마다, 학년마다, 교사마다 개학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천태만상 제각각이었고 운영 방법도 다 달랐다. 교육부가 관리하는 에듀넷과 학교온, e학습터, 위두랑 등등이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네이버 등 대기업 자본이 벌써부터 구축해 놓은 구글 클래스룸과 네이버밴드, 클래스팅, 구글 행아웃, 줌(ZOOM) 등이 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추천되었다. 이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크게 활용을 고민하지 않던 것들을 이제 어찌되었던 온라인 개학이라는 이름으로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혼자 빈 교실에서 옷걸이를 개조해 배경판도 만들고, 손인형으로 쇼(!)도 하면서 이것저것 막 찍어보았다.

혼자 빈 교실에서 옷걸이를 개조해 배경판도 만들고, 손인형으로 쇼(!)도 하면서 이것저것 막 찍어보았다.

출처:https://www.youtube.com/channel/UC951c5YgAtOS6jMCvdUOpBA/

 

여하튼 정부에서 온라인으로라도 개학을 한다고 하니 교사들은 뭐라고 해야 했다. 우리 학교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위두랑’이라는 플랫폼을 쓰기로 했다. 초기에는 갑자기 전국적으로 엄청난 접속이 이루어지다보니 서버가 다운되거나 기능들이 축소되기도 했지만 정부차원에서 수습에 나서니 시스템 자체는 3~4일 만에 안정되었다. 하지만 운영시스템이 안정된다고 내용까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속한 3학년은 자체적으로 일주일 정도의 시범 기간을 운영하기로 하고 과목을 나눠 이것저것 링크를 퍼오기도 하고, 어설프게나마 자료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많이 어설펐지만 어느 정도 적응이 되니 점차 내 입맛에 맞는 수업 자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자료를 만들면서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 틀어박혀 다 이 짓(!)을 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기왕 고생해서 만든 거 다른 교사들도 쓸 수 있게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아이들도 가장 익숙하게 생각하는 유튜브 계정을 온라인용으로 새로 만들고 내가 만든 수업 동영상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우리 반, 우리 학년 아이들만 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조회 수가 생각보다 엄청 많아지기 시작했다. 어떤 수업 영상은 조회 수가 만 건이 넘어가더니 기본적으로 수천 번의 조회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애초부터 아동용으로 설정한 영상이라 광고가 붙어 수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중에는 괜히 책임감 비슷한 것도 생기는 거 같았다.

교사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수업 영상을 만들기 위해 수업용 스크립트를 쓴다. 일종의 대본인데 처음에 이거 없이 영상을 찍으니 뭔가 정리되지 않는 말들 때문에 군더더기가 생기고, 편집에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래서 아예 진행 멘트와 참고 자료들을 언제, 어떻게 넣을지를 정리해서 찍게 되었는데 방송으로 치면 작가의 역할이 이것과 비슷할 거 같았다. 그렇게 스크립트를 만들고 영상을 찍는다. 스크립트가 있지만 영상을 찍을 때도 실수가 생겨 실제 찍는 시간은 마지막 편집본 보다 2~3배 정도 길다. 이렇게 기초 영상을 찍으면 자료와 함께 편집을 해야 하는데, 이 작업들을 전문가가 한다면 ‘방송작가’와 ‘피디’와 ‘카메라 스탭’과 ‘편집자’가 해야 할 몫일 텐데 나는 이것들을 혼자 감당하는 꼴이었다.

 

홍의표 님의 유투브 채널 사진

이유는 모르겠으나 조회 수가 만 건이 넘는 영상이 4개나 되고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수업 영상이 수천 번의 조회가 이루어졌다.

출처: https://www.youtube.com/channel/UC951c5YgAtOS6jMCvdUOpBA/

 

1학기에는 그저 그래야 하는 줄 알고 수업 영상을 열심히 만들었지만, 약간 ‘번 아웃’(“정말 하얗게 불태웠어”)으로 현타가 오면서 2학기에는 나도 이렇게 힘든 영상은 그만 찍고 이제 남들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영상 좀 쉽게 퍼다가 올리면서 6월부터 등교하기 시작한 아이들을 더 챙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놈의 코로나가 오락가락하면서 가뜩이나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두 팀으로 나누어 오는 아이들조차 꾸준히 못 만나게 했고, 내 입맛에 맞는 수업 영상을 찾지 못한 나는 결국 2학기에도 수업 영상을 계속 만들고 있다.

6월부터 등교하기 시작한 학생들은 학교에 오면 교문에서부터 띄엄띄엄 한 줄로 바닥에 붙여 놓은 안내선을 따라 이동하여 유일하게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된 중앙현관을 거쳐 교실로 가도록 동선이 짜여 있었다. 삼분의 일이라는 등교 원칙이 있어 우리 반 학생들조차 한 자리에서 전부 볼 수 없이 두 모둠으로 나누어 등교하는 형태였지만, 학생 없는 학교에서 빈 교실을 세 달 넘게 지키고 있다가 주인을 맞이하게 되니 정말 감계무량 했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네 시간 수업 동안 과연 마스크를 잘 쓰고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지만 생각보다 정말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고, 새 학기가 한참 지났을 6월임에도 여전히 낯설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 이야기도 없이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한 편에서는 짠한 마음도 들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에게도 마스크는 이미 일상이 되어 있었다. 옆 짝꿍도 없이 한 명씩 떨어져 앉은 좌석은 아이들만큼이나 교사에게도 어색한 풍경이었고,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해야 하는 교사로서의 고충도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그래도 첫 날은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불과 몇 초의 시간이지만 마스크를 내리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뿐, 여전히 나는 급식실에서 밥 먹을 때만 잠깐 보는 우리 학생들의 마스크 벗은 모습이 낯설다.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교육이 단지 교과서의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또래나 교사와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통해 더 많은 배움이 일어나고 깊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코로나로 인한 교육 현장이다. 대화와 접촉이 금기시되고, 활동은 정지되었다. 온라인으로 겨우 교과서의 지식만이라도 전달하고자 하나 이것조차 학생 입장에서는 집중해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근에는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면서 줌(ZOOM)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우리 교실도 몇 주 전부터 줌으로 아침인사를 나누고 있지만, 자는 학생을 깨워 카메라 앞으로 부르는 일부터 카메라만 켜고 다른 일 하는 학생, 와이파이가 잘 안 되서 화면이 멈췄다고 계속 들락날락 하는 학생 등등 또 다른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1학기부터 줌으로 수업을 이어오던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이제는 줌 자체가 또 하나의 일상처럼 되어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하니 큰 기대도 생기지 않는다.

과제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챙기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보호자가 직장을 나가시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홀로 지내는 학생들이 꽤 많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이면 점심도 잘 챙겨먹지 못한다. 얼마 전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화재로 큰 상처를 입은 인천의 형제들 얘기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반에도 혼자서 라면을 끓여먹고 끼니를 해결하는 학생이 있다. 온라인 원격학습과 과제해결부터 식사까지 보호자가 일일이 다 챙겨주는 학생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홀로 해야 하는 학생도 있다. 다른 학생들은 2학년 때 다 외운 구구단을 아직 못 외우고 있다. 학교로 몇 번 불러서 간식도 나눠 먹으며 상담도 하고 개별지도도 해 보았지만, 집에서 편하게 있던 학생이 교사와 일대일로 만나야 하는 교실에 오는 일이 썩 즐거운 일은 아니었던지 중간에 그만두었다. 그나마 돌봄교실에 나오는 학생들은 과제도 식사도 학교에서 챙겨주는데, 이마저 신청하지 않는 학생들은 그냥 집에 방치되어 있다. 하루 종일 유튜브 보다가, 게임하다가 라면 끓여 먹고 중간에 좀 자다가 또 유튜브 보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학교의 개입이 최소화되니 개인 간의 학습 격차나 생활 습관 등은 오로지 보호자의 몫이 되었다. 보호자들도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어디 하소연 할 때도 마땅치 않을 것이다. 모두가 겪고 있는 어려움. 그래서 말할 곳도 없는 이 상황. 코로나 블루. 우울증이 따로 없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우울하다. 내 존재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모두가 다 어려우니 하소연 할 곳도 없다. 하다못해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하며 털어놓을 수도 없다. 모임이나 술자리 자체가 금기다. 그저 다들 견디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없는 운동장 주변으로 풀들만 가득하다.이들이 없는 운동장 주변으로 풀들만 가득하다.

 

학교 운동장에도 풀이 자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아니 몰랐다기보다 그런 걸 본 적이 없어서 풀이 난 운동장이 그저 신기했다. 생각해 보니 시골에 문 닫은 폐교의 운동장에서 한 뼘 넘는 풀들이 자란 모습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늘 아이들이 뛰어 놀던 공간, 그래서 풀이 자랄 틈도 없던 그 곳에 풀이 자랐다. 학교 안에 웃음과 생기가 사라졌다. 이제 곧 10월. 열 번 밖에 못 만났는데,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어쩌면 내년에도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공포 속에 살지도 모른다고 한다. 전쟁을 직접 겪어 보지 않은 나는 지금이 전쟁 같다. 하지만 전쟁 통에도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이 코로나로 인한 외로움에 적응하기 전에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예전처럼 울고 웃으며 시끌벅적한 공간을 되찾고 싶다. 풀도 예쁘지만, 거기에 있어야 할 아이들이 더 그립다.

 

*작성: 홍의표(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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