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워크숍에서 나눈 이야기] 뭐가 문제야?
- 뽀야와 함께 우리가 통쾌하지 않은 이유

뭐가 문제야?

– 뽀야와 함께 우리가 통쾌하지 않은 이유-

 

토끼 옷을 입은 캐릭터가 무릎 위에 당근을 엎드리게 해서 엉덩이를 때리고 있는 이모티콘. 화난 얼굴에 불을 뿜고 있습니다. 찰싹 이라는 글씨가 함께 쓰여 있습니다.

‘뽀야와 통쾌! 통쾌해!’라는 제목으로 유통되고 있는 움직이는 이모티콘 (https://e.kakao.com/t/awesome-ppoya)중 하나입니다. 이 이모티콘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뭐가 문제야?’ 이런 질문이 떠오르신 분은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얼마 전, 한 단체 채팅방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분이 이 이모티콘을 함께 올렸습니다. 찰싹 찰싹! 토끼 모자를 쓴 캐릭터가 무릎 위에 당근을 올려두고 엉덩이를 때리는 이모티콘을 올리자, 재미있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문득 ‘권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왜 약자에게 분풀이하는 이모티콘을 택하지?’라는 의문과 함께, 뭔가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이 찾아들었습니다.

이모티콘은 문자로 표현하기 힘들거나 귀찮은 감정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유효한 표현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모티콘의 세계에는 젠더 고정관념(남성은 연구하고 여성은 쇼핑과 꾸미기에 열중한다거나),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주의(남성과 여성의 사랑만이 유일한 사랑이 아님에도), 비장애인 중심주의(장애인은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차별적 관점(자녀를 ‘등골 브레이커’나 어리광쟁이로만 재현한다거나) 등 현실의 차별적 인식이나 폭력을 재현하는 경우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뽀야라는 캐릭터가 위에서 하는 행동은 오랫동안 체벌을 폭력이 아닌 훈육으로 포장해온 사회적 통념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애들은 맞아도 괜찮다’,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합니다.

생명체도 아닌 당근을 때리는 게 뭐가 문제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우리는 당근이 어린이‧청소년의 표상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주인(토끼 또는 뽀야)이 심심하거나 기분 좋을 때는 ‘인형’이었다가 배고프거나 화가 날 때는 ‘먹잇감’이 되는 당근의 존재는 어린이‧청소년이란 존재가 처한 상황과 다르지 않습니다. 부모-자녀, 교사-학생, 코치-훈련생의 관계처럼, 친밀함과 폭력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관계들 앞에서 어린이‧청소년은 일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일들이 허다합니다. 체벌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입니다. 폭력은 상대를 인간 이하의 존재, 곧 사물로 격하시킴으로써 인격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폭력 앞에서 어린이‧청소년도 생명체가 아닌 당근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그냥 재미 삼아 올린 건데 뭐 그리 민감하게 구냐고요? 단지 재미있는 일이 아니라, 폭력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유지하는 데 동참하는 일은 아닐까요? 이런 이모티콘이 싫은 사람은 안 쓰면 될 것 아니냐고요? 단지 개인이 선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이런 이모티콘은 통쾌하지 않고 불쾌하다’라고 여기는 공통감각이 생길 때, 우리는 폭력으로부터 한 발짝 더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용자들의 몫도 있겠지만, 이모티콘 개발업체와 이를 유통하는 업체도 책임이 큽니다. 차별과 폭력을 재현하는 이모티콘에 대해서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걸러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4월 2일, 캐릭터 개발업체인 ‘주턴’과 유통업체인 ‘카카오’에도 이 글에 담긴 문제의식을 전달하고 ‘체벌 이모티콘’의 사용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뭐가 문제야?’ 여전히 이런 질문이 떠오르시나요? 이런 무감함이야말로 문제는 아닐까요?

 

p.s. 이 글은 얼마 전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들과 함께 진행한 글쓰기 워크숍에서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함께 쓴 글임을 밝힙니다.

p.s. 이 글은 상업적 의도 없이 이모티콘과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를 풍부하게 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위의 이미지는 독자의 시각적 이해를 돕기 위해 출처를 밝히고 삽입하였음을 밝힙니다.

 

  • 글쓴이: 개굴, 달팽이, 연잎, 윤실 함께 씀

텔레그램 채널구독

인권교육센터 들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시면 들의 최신 소식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