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야, 그게 뭐가 중요해?”
사이버폭력을 주제로 초등학생과 만났다

최근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둘러싼 비판이 뜨겁습니다. 지난해 텔레그램 채팅방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밝혀지면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초 20만 명을 넘긴 적 있었습니다. 나아가 신설된 국회동의청원 제도(30일 이내 10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해 관련 안건과 같이 심의하는 제도)에 따라 청원에 성공한 1호 법안이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이기도 해서 더더욱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는데요. 3월 5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성적 착취와 폭력에 기반한 영상물 등을 편집․합성하여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영리 목적으로 반포한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영상물 유포를 빌미로 한 협박, 온라인 전시나 공유, 소지, 삭제 불응 등에 대해서는 처벌할 근거가 마련되지 못해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청원의 핵심 내용이었던 경찰의 국제공조수사,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수사기관의 2차 가해 방지 등의 내용도 빠졌고요.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카카오톡에 대한 국가기관의 사이버검열이 알려지면서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으로 대거 망명하는 물결이 이어졌는데요. 이 프로그램의 보안성이 불법촬영 영상물을 유포하고 튀어버리는 성폭력 범죄의 기반이 되었다니 씁쓸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SNS, 온라인 등 사이버 세계에서는 성범죄를 비롯한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권이 침해되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곤 합니다. 이에 대한 새로운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폭력예방교육이 빠지기 쉬운 함정들

지난 2월초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이버폭력과 인권’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성범죄/성폭력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고, 동의를 받지 않고 인스타크램에 올린 사진이 문제가 된 사례들이 있었던 학교였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면 SNS 이용이 더 많아질 터라 사이버폭력 예방교육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것이 학교의 요청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지역사회 감염 단계가 아니어서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주제의 폭력예방교육이든, 교육을 설계할 때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다시 환기하면서 상임활동가들과 교육을 같이 준비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사이버 세계의 위험성만 강조함으로써 금지 위주로 접근하지 말자는 것, 학생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고 위협하지 말자는 것, 심각한 폭력 사례를 자극적으로 나열하면서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받아들이도록 하지 말자는 것 등이 짚어졌습니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관련한 문제가 생기면 단톡방을 없애거나 학생들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해법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도 텔레그램을 없애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해법으로 제출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래서 교육의 흐름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SNS나 유튜브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먼저 짚고, 그럼에도 내 사진이나 나에 대한 이야기가 타인에 의해 사이버공간에 게시되었던 경험과 그때 들었던 걱정들을 나누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잘 활용할 때의 장점과 그 역설을 동시에 짚어보았습니다. 흔히 사이버공간의 특성으로 이야기되는 익명성, 비대면성, 집단성, 무경계성, 확산성, 기술지배성, 영구성 등의 개념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바꾸어 소개했습니다. 사실 사이버폭력이란 사이버공간에서만 별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폭력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뒤늦게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해도 바로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까요.

 

사이버공간을 잘 활용하면

사이버공간의 역설

이를 바탕으로 사진을 포함한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통제권), 미디어 생산자로서의 윤리(게시물도 하나의 미디어니까요),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폭력을 멈추게 하는 한 마디

다음으로는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어떻게 하면 폭력의 연쇄 반응을 끊을 수 있을지, 나는 어떤 선택을 내리면 좋을지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게시물과 댓글이 달릴 때, 게시자라면 어떤 댓글을 달지, 이 글에 언급된 사람이라면 어떤 마음일지, 그리고 이를 본 같은 반 친구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를 모둠별로 이야기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으신가요?

 

친구를 욕하는 게시물

 

마지막으로 ‘초등학생에게 배운 위드유(#with you)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폭력 사례를 소개하며 마무리할 때였습니다. 수학여행 때 남학생들 방에서 ‘장난’ 삼아 바지를 벗기고 사진을 찍은 폭력 피해를 당하고 잘 때도 잠옷을 붙들고 자는 트라우마를 겪게 된 학생의 사례였어요. 이 학생을 버티게 해준 한 마디가 ‘찍지마! 그러면 안돼!’라고 외쳐준 같은 반 친구였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바지를 벗기고 사진을 찍었다고까지 말했을 때 한 남학생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진짜로요? 바지만요? 속옷까지?”

이때 바로 옆에 있던 여학생 한 분이 이렇게 되받아치더군요.

“야. 그게 뭐가 중요해? 벗긴 게 문제지.”

이 한 마디가 폭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를 모두에게 깨우쳐준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폭력예방교육이 만들고자 하는 감수성도 바로 이런 것 아닐까요?

코로나19 재난이 이어지면서 2월부터 거의 모든 교육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들’도 커다란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번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습니다.  모두의 안녕을 바라면서, 인권교육을 통해 인권운동이 지향하는 세상을 좀더 앞당기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도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 글쓴이: 배경내(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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