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차별을 모르는(?) 사람에게 반차별 인권교육을 한다면?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인권교육은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까?

일반적으로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참여자가 있을 경우에,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인권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문제 상황을 보여주거나 불편한 경험을 꺼내 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지요. 타인의 경험이나 유사한 사례 등을 활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차별을 인지하지 않고 있다면 어떻게 교육(이야기)을 시작할지, 고민이 됩니다. 말하자면 전쟁의 비참함을 모르는 사람에게 전쟁을 굳이 알려주는 것 같은 상황이랄까요.

차별이 뭔지 잘… 모른다면? 차별을 어떻게 말할까? 초등 1학년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반차별’인권교육에서 혹시 ‘차별이 뭔가요?’라고 질문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의 뜻을 설명할 수는 있는데 자신의 삶과 연결지어 볼 만한 것을 떠올리기 어려운 경우라면 반차별 인권교육은 어디서 시작해야할까요? ‘나는 그런 적 없는데…’라고 말하는 참여자에게 ‘말 걸기’는 특정 연령 참여자의 고민만은 아닙니다. 그리고 인권침해의 피해자, 인권을 옹호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혹은 대표나 관리자와 같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경우에도 ‘나는 그런 적 없는데’가 등장하곤 합니다. 떠올리지 못하거나 않거나 하는 경우라면 인권교육은 짐작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예 경험이 없어서 생각해보지 못한 경우라면 혹시 인권교육에서 ‘차별’을 알려주고, 불필요하게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빠집니다.

박문초-2교시(저용량)

초등 1학년 어린이가 참여하는 반차별 인권교육에서 그림책 <난 남달라>를 보고 친구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그림책 <난 남달라>는 펭귄이면서 수영 배우기를 싫어하는 ‘남달라’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회오리수영, 말미잘수영 같은 방법을 배우던 ‘남달라’가 더 이상 수영 배우기를 거부하고, 얼음 미끄럼 타기를 재미나게 하는 이야기예요. 불안하고 이상하게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 속에서도 ‘남달라’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미끄럼타기를 즐기며 미끄럼경주에도 나갑니다. 그림책을 보고 이어갈 얘기로 ‘분홍색 목도리를 한 남자’, ‘고기를 안 먹는 사람’, ‘머리를 짧게 자른 여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여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분홍색 목도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남자 어린이도 있었고, 머리를 짧게 자른 여자가 바로 자신의 ‘엄마’라고 말한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짧은 머리는 이상하고, 고기를 먹어야 건강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분홍 머리

그런데 고민은 ‘분홍색 목도리를 한 남자’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참여자가 토론을 통해 ‘남자가 분홍색 목도리를 하면 이상한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던 것이지요. 토론을 통해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인권옹호의 근거를 풍부하게 살찌우기를 바란 것인데, 오히려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편견을 가진 참여자에게는 토론이 새로운 생각을 열어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차별’의 경험이 떠올리기 어려운 참여자라면 토론이 되레 편견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고민으로 남습니다.

특히 반차별 인권교육에서 나이 어린 참여자가 있을 경우, ‘차이의 위계’를 오히려 학습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지요. 하지만 다행인 점은 지레짐작하는 우려보다 교육현장의 어린 참여자는 ‘스펀지’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교육에서 6세, 7세 어린이 참여자의 생각, 경험, 주장에 종종 놀라니까요. ‘내가 알고 있던/세상이 말하는(어린이는 이럴 거야에 해당하는 모습) 어린이는 없다’는 깨달음이 빛나는 교육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런 깨달음이 고민을 다 해소해주지는 않습니다. 일일이 참여자에게 확인해 볼 수도 없고… 파악하기도 어려울 때도 있으니까요^^; 항상 다양한 긴장이 새롭게 등장하는 게 반차별 인권교육의 매력이고, 인권교육가에게도 보다 세심한 관찰과 고민을 요구하는 교육인 것 같습니다.

글쓴이 : 은채(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