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소년에게서 선거권을 다시 빼앗겠다는 것인가
중앙선관위 모의선거교육 금지와 자유한국당 개악안 발의 규탄 성명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모의선거교육 금지 통보와
자유한국당의 교육기본법 개악안 발의(학생의 학내 정치적 의사표현 금지)에 대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입장을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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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서 선거권을 다시 빼앗겠다는 것인가
– 선관위와 자유한국당의 행보를 강력 규탄한다

‘학생은 정치와 선거에 대해 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라!’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자유한국당이 보이는 일련의 행보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18세 선거권 시대가 열렸음에도 중앙선관위는 여전히 구시대적 인식에 갇혀 있고, 자유한국당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6일, 선관위는 몇몇 교육청의 주관 하에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진행하려던 모의선거교육을 전면 불허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18세 유권자뿐 아니라 비유권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투표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지금껏 선관위는 자체적으로도 모의선거교육을 실시해왔고, 모의투표 결과를 본선거 개표 이후에 발표하면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 교육의 일환으로 모의선거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추어보건대 이번 선관위의 결정은 이치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민주주의 교육의 확대라는 시대적 요청에서도 오히려 후퇴한 결정이다.

유권자든 아니든, 모든 사회공동체 구성원에겐 정치에 대해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교육은 어린이․청소년이 비청소년에 비해 정치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정치에 대해 알고 참여할 권리가 있기에 요청되는 공교육의 사명이다. 그 일환인 모의선거교육은 정당과 공약에 대해 토론하고 직접 투표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어린이․청소년의 참정권이 극도로 제약된 현실의 부당함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선관위의 결정은 공교육의 역할에서 정치에 대한 교육과 학생의 참정권 실현을 배제하려는 것이자, ‘교실의 정치장화’라는 그릇된 우려를 제기해온 보수세력의 공세에 굴복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심지어 지난 1월말 자유한국당은 학생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학내에서 원천 금지하는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박인숙 의원 대표발의). ‘학생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안에서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다른 학생의 학습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학습을 방해한다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이 모호하기 짝이 없는 기준으로 참정권을 제약하겠다는 것은 법률로서의 정당성도 없을뿐더러, 학내에서 학생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전면 금지하는 규정이나 지침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학생이 정치나 정당에 대해 견주면서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정당한 권리일 뿐 아니라, 교육권의 실현이 아닌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는 모든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정치권이 ‘부여’하는 또는 당리당략에 따라 줬다 뺏었다 할 수 있는 권리가 결코 아니다. 정치나 선거에 대한 의사 표현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선거권의 온전한 실현도 불가능하다. 선관위의 행보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공세는 18세 유권자를 비롯한 모든 어린이․청소년의 존엄에 대한 공격이다. 청소년 선거권을 무력화하고 회수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2020년 2월 10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