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살짝쿵] “게으르게 살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 <개미와 베짱이>, <프레드릭>을 활용한 교육에서 나온 참여자 반응과 남는 고민들

자활센터를 이용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작년 말에 진행한 교육에서 개미와 베짱이, 프레드릭 이야기를 통해 노동과 존엄에 대해 함께 살펴봤습니다. 참여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다시 쓰고, 얘기를 나누면서 남았던 아쉬움과 질문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개미와 베짱이

프레드릭 이야기를 소개하기 전에, 개미와 베짱이를 다시 써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들이 각색한 이야기는 주로 베짱이가 인기 많은 가수가 되어 돈을 많이 벌게 됐다는 얘기였습니다. 한 팀에서는 개미가 베짱이에게 함께 살자고 제안하고 개미의 집에서 함께 지낸 베짱이가 나중에 가수가 된 뒤 자신의 재력을 다시 개미에게 나눠주는, 나눔과 연립(聯立)이 있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의 결말을 적기도 했습니다.

 <개미와 베짱이>를 다시 써보는 작업 결과물을 찍은 사진.

이미지설명: <개미와 베짱이>를 다시 써보는 작업 결과물.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무엇이 아쉬웠는지는 이야기의 소개를 마친 후 참여자들과 소감을 나누면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 참여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게으르게 살면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예상하지 못한 소감에 그 이유를 묻자 그는 “게으르게 살면 죽으니까요.”라고 다시 답했습니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다시 쓴 후에도 여전히 참여자가 게으르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여전히 게으르게 살면 죽는 사회만이 상상되고 있어서는 아니었을까요? 새로운 결말에서 베짱이는 개미들의 도움 속에 열심히 노래로 돈을 벌어서 굶어 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을 열심히 활용해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한 결말이 될 수 있다는 사회의 통념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결국, 돈이 되지 않는 노래를 부르는 베짱이는 여전히 ‘게으름’의 편견에 놓여있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은 게으른 것인지를 떠나 그게 만약 게으른 일이라고 하더라도, 게으른 베짱이도 죽지 않는 사회가 된다면 어떨 것 같은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러면 게을러도 될 것 같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 프레드릭 이야기

 

교육에서 활용한 슬라이드 이미지입니다. 우리에겐 다양한 '개미와 베짱이'가 필요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상상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프레드릭 이야기를 소개하고, 권리와 책임 그리고 의존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활노동자로서 일한 경험과 교육에서 느낀 점을 연결해서 소감을 나눠준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회차가 끝나고 총 3회차인 교육에서 마지막 회차에 다시 참여자들과 만났습니다. 마지막 회차도 모두 마치고 소감을 나누던 중, 마지막 5분을 남겨두고 저에게 훅! 들어온 참여자의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프레드릭이 얄미웠어요.”

남은 시간은 5분, 프레드릭이 얄미웠다는 속마음을 꺼내준 참여자에게 어떻게 답해야 프레드릭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요? 급한 마음속에서 이런저런 질문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프레드릭이 왜 얄미웠나요?”

“프레드릭이 이야기를 모은다는 핑계로 놀지만 않았어도 식량은 안 부족했을 거예요. 4마리가 모은 분량을 5마리가 나눠 먹으니까 식량이 부족한 건데, 자기는 남들이 모아온 식량을 먹었으면서 이야기 몇 개 들려주고 시인이라고 칭찬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생쥐들이 프레드릭의 이야기를 듣고 좋아한 것, 떨어진 식량에도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삶에는 풍족한 식량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수 있을 것 같아요. 프레드릭의 친구들이 이야기를 통해 얻은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런 것도 배부를 때에나 좋죠. 밥이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밥이 없는데 그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냐는 참여자의 물음에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내가 가져온 이야기들이 배부른 소리로 느껴졌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존엄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권리와 책임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5분은 그렇게 흘러갔고, 결국 참여자와는 더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교육이 종료됐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집에 돌아오면서 어떤 질문을 해야 했을까 계속 고민이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만나는 사람마다 어떤 질문을 했을 것 같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질문의 아이디어를 나눠줬습니다. “혹시 프레드릭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나요?”와 같이 참여자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질문. “프레드릭이 이야기가 아닌 식량을 모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와 같이 생각을 다시 돌아보도록 돕는 질문. “만약 들쥐들이 스스로 모은 식량으로만 겨울을 나는 게 아니라, 식량을 제공해주는 곳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와 같이 기본소득 등 현실의 고민과 접목해보는 질문 등, 여러 질문이 모였습니다. 이 질문들을 나눴더라면 참여자와의 대화도 다른 결말을 낼 수 있었을까요? 인권 교육에서 질문은 참 중요하구나,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입니다. 여러분은 프레드릭 이야기를 공유하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으신가요?

*작성: 연잎(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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