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순간]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 비올레따 빠라, Gracias a la vida(삶에 감사하며)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피곤한 발로도 전진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나는 그 피곤한 발을 이끌고 도시와 늪지,
해변과 사막, 산과 평야,
당신의 집과 거리와 정원을 거닐었습니다.

비올레따 빠라, Gracias a la vida(삶에 감사하며) 중에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고맙고 아픈 이름들이 있다.
내겐 빅토르 하라가 그렇다. 그의 이름은 당시 칠레의 혁명투쟁과 좌절,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호출해낸다. 엄혹한 현실을 관통한 그의 노래가, 그의 마지막이 비장하게 딸려 나온다.
피노제트 군사쿠데타 때 끌려가 3일 만에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 빅토르 하라에 관한 책을 읽고, 20대의 나는 그의 부러진 손목과 뽑혀나간 손톱들이 눈앞에 어른거려 꽤 오래 가슴앓이를 했었다.
당시 내게 운동은 모름지기 그런 것이어야 했다.
그래서 두려웠다.
모든 것을 운동에 바치고 싶은 소망과 삶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남몰래 부딪혔고, 그 충돌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 시절 나는 나 자신조차 대상화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
죽음을 실제 닥칠 일로 묵상하기도 하는 요즘,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 노래가 있다.
민중음악의 산실 역할을 하며 빅토르 하라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으나, 실연으로 인한 자살과 다분히 감상적인 노래 탓에 ‘어용’이라고 (내가) 단정 지었던 가수, 비올레따 빠라.
최근 그이의 마지막 노래인 ‘Gracias a la vida’를 듣고는 첫 구절부터 가슴이 쿵쿵 뛰었다.

‘내게 그토록 많은 것을 준 삶에 감사합니다’

듣는 순간, 삶이 내게 준 것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삶은 내게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해주었고,
피곤한 발로도 포기하지 않게 해주었고,
당신의 피곤한 발을 내 이웃으로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을 주었고,
그리하여 우리들이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었고,
‘자유’ ‘평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세계가 확장되며 가슴이 떨리게 해주었고…

그래서 올 한 해도 당신들과 함께 모두의 존엄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작성: 조혜욱(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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