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순간] “아이캔스피크”
-레이첼 모렌, <페이드 포 PAID FOR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

페이드포 책 표지 이미지입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어린 시절부터 상업적 성착취를 경험한 레이첼 모렌의 <페이드 포 PAID FOR : 성매매를 지나온 나의 여정>를 읽고 있다.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도 작가의 경험과 생각으로부터 헤드락 걸린 채 쑥 빨려들어간다. 작가의 날 것 그대로의 경험을 통해 성매매의 맥락과 본질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해리’에 대한 이야기는 유독 눈에 띈다.

성매매가 ‘진정한 자신’을 침범하고 파괴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이 어떤 기발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 경계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지 국제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충격적인 사건들을 의식에서 몰아내는 심리적 과정인 해리는 성폭행 경험 여성, 구타 경험 여성, 고문 당하는 전쟁 포로,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하는 정서적 차단 장치이다. (작가가 인용한 아일랜드 보고서 내용)

신뢰할 만한 연구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내가 만난 수많은 성매매 된 여성들이 해리(해리성 장애)를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또한 적극적으로 해리를 사용하는 듯 보인다. 그것은 고의적인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혹은 ‘견디기 어려운’ 문제여서일 수 있는데 트라우마를 연구한 Herman에 의하면 히스테리아 연구의 역사도 그러했다고 한다. 파리의 걸인, 성매매여성, 광인 등을 수용하는 정신병원-살페트리에에서 시작된 Charcot의 연구를 이어 여성의 히스테리아를 연구하던 Janet와 Freud는 심리적 외상 사건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정서적 반응이 의식의 변형을 일으키고 히스테리아 증상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여성이 실제 경험한 아동기 학대와 성적 착취에 대해 주목했던 프로이트는 그의 히스테리아 연구를 지지할 정치적, 사회적 밑바탕이 없었던 이유로 연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진실을 ‘견디기 어려’워한 사회에 의해 심리적 외상에 관한 연구의 흐름은 멈추어졌다.

그 결은 다르지만 오래전의 여성주의 심리학에서도 ‘보이지 않’아서 놓치는 일을 발견할 수 있다. 1970년대 여성운동 초기만 해도 백인 중간계급 여성들은 여성에게는 젠더가 가장 중요한 변인이므로 유색 여성, 가난한 여성, 장애 여성 등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다고 한다. 그와 연동해서 당시의 여성주의 상담 또한 문화적으로 다양한 사람들, 특히 유색인, 중간계급이 아닌 사람이나 장애인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최근의 트라우마 연구자들은 사회 안에 성매매가 존재함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삶에 대한 폭력에 기반해 있다는 사실은 ‘분리’된 채 일상적 사회로부터 ‘해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흐름으로 생각의 가닥을 잡아가다 보면 성매매 경험 여성에 대해 사회적 해리가 만연한 이 척박한 땅에서 <페이드포>라는 책이 얼마나 귀한 사건인지 더더더 실감하게 된다. 며칠 뒤에는 한국사회에서 성매매를 경험한 당사자 활동가의 책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출간을 기념하는 북토크 “나는 왜 말하는가”도 열린다고 한다. 당사자들이 자꾸 말할 수 있고 듣고자 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들을 수 있는 이 기회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북 콘서트 “나는 왜  말하는가” 신청링크->클릭

여성들은 그 말이 단 한 번도 입에 오르지 않았던 곳에서 그 말을 입에 올렸다. 그 모든 것이 승리의 기록이다. 우리는 여성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는 세상을 꿈꾼다. (Eve Ensler)

*작성: 숨_조서윤숙(활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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