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한순간] “내가 사람 같이 살면, 짐승은 누가 해”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중

드라마 동백꽃필무렵 포스터입니다.

“니들은 왜 다 동백이야? 걔랑 나랑 뭐가 달라, 걔나 나나 ‘도찐개찐’이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향미의 대사입니다. ‘향미’와 ‘동백’은 고용인과 고용주 관계입니다. 일반음식점 사장인 ‘동백’은 남자주인공들의 관심을 독차지하지만, ‘향미’는 식당을 찾는 (남자)손님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효과적으로 뜯어낼 수 있을지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향미’가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본인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필요할 때마다 버는 족족 가진 돈 전부를 동생에게 보냈지만, 그런 동생은 누나의 존재조차 인정하길 꺼려합니다. ‘사랑받지 못한 똥강아지’, ‘하급 짝퉁’같은 소릴 들어도 꿋꿋했던 ‘향미’가, 결국 ‘동백’ 앞에서 눈물을 쏟습니다. 3천 만원을 갖고 튄 ‘향미’에게 ‘동백’은 왜 그랬냐고 묻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관대한 ‘동백’에게 손버릇 안 좋은 ‘향미’는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쏘맥에 짜글이 말아놔, 맛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네 돈은 갚고 갈게”

끝까지 의리 있는 ‘향미’에게 ‘동백’은 처음으로 정을 줬던 사람입니다. 불쑥 짐 싸들고 찾아온 ‘향미’를 의심 없이 받아주고, 가게를 옮겨도 계속 같이 가자고 제안합니다. 다 퍼주고 다 품어주는 ‘동백’은 합리적인 의심까지 잃어버렸습니다. 어렸을 때 헤어졌던 엄마가 불쑥 나타난 이유도, 그런 엄마가 치매라는 사실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사랑받지 못하며 자랐어도, 혼자 키우는 ‘필구’만큼은 넘치는 사랑을 주려 합니다. 연쇄 살인범에게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도 ‘필구’를 학원에 보내기 위해 영업을 쉬지 않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게 문을 들락거리는 ‘필구’ 생부에게 당당히 양육비를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썸’타고 있는 남자 주인공의 눈치를 살피고 미래에 시어머니가 될 수도 있는 사람에게 꾸지람을 듣지만, 앞으로는 더 ‘막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내가 사람 같이 살면, 짐승은 누가 해”

‘향미’와 ‘동백’은 다르지만 닮았습니다. ‘미혼모’와 ‘술집여자’라는 낙인은 ‘부모사랑’과 ‘세상대접’에서 그만큼 거리 두게 했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악착같이 삶을 이어가는 이유도 ‘도긴개긴’ 입니다. 성숙한 ‘필구’에게 헌신적인 ‘동백’은 (남자)친구로부터 세상 누구보다 강하다며 인정받습니다. 반면 악독한 ‘포주’에게 쫓기며 집과 소속감 없이 떠도는 ‘향미’는 (남자)건물주의 우쭐함을 만족시키기 위한 도구가 됩니다. 지정된 역할에 얼마나 순종적인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집니다.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몸부림쳐왔지만, 평가의 주체와 대상도, 대상들끼리의 이분화된 관계도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셈에 밝고 현명한 ‘향미’가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사람같이 살라는 ‘규태’(이혼당할 처지의 무늬만 건물주)의 말에 대한 ‘향미’의 저 독백이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집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물망초의 꽃말이라고 합니다. ‘향미’는 이 말을 남기고 ‘동백’을 대신해 영원히 떠납니다. 연쇄살인범의 마지막 희생자가 ‘향미’일까요? ‘향미’없는 ‘동백’의 삶엔 또 어떤 고난이 펼쳐질까요? 다음 주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작성: 타랑(후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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